혼다코리아가 올해 말로 자동차 사업을 종료한다. 3년째 시장 점유율이 0%대에 갇혀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 차량을 전량 수입하는 구조로 인해 고환율 직격탄까지 겹친 데 따른 것이다. 차량 유지 관리 서비스와 부품 공급 등 애프터서비스(AS)는 최소 8년 이상 유지하고, 국내 시장의 4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모터사이클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지홍 혼다코리아 대표이사는 23일 서울 코엑스에서 '혼다코리아 사업 운영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열린 글로벌 경영회의에서 본사 임원진과 논의한 결과, 올해 말을 기점으로 한국에서 자동차 판매 사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며 "시장 환경 변화와 환율 동향을 포함한 사업 환경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밝혔다. 혼다가 2003년 한국에서 자동차 사업을 시작한 지 23년 만이다.

구체적인 자동차 사업 종료 시점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 대표는 "다음 주부터 딜러사들과 협의를 시작할 예정인데, 각 딜러사의 상황과 현재 재고 등 현황을 살펴봐야 한다"며 "딜러사별로, 지역별로 자동차 판매 사업 종료 시점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혼다코리아는 딜러사들에게도 기자회견이 열리기 한 시간 전에 자동차 사업 종료 방안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홍 혼다코리아 대표이사가 23일 서울 코엑스에서 '혼다코리아 사업 운영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이윤정 기자

혼다코리아의 자동차 사업은 국내 시장에서 사실상 존재감을 잃은 상황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혼다코리아의 연간 판매량은 2004년 첫 해 1475대로 시작해 2008년 1만2356대까지 증가하며 국내 수입차 시장 최초로 1만대 고지를 넘어섰다. 당시 혼다코리아의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20%였다. 하지만 이듬해 4905대로 판매량이 크게 꺾였고, 2014년부터는 시장 점유율이 1%대로 떨어졌다. 지난 2023년부터는 연간 판매량이 1000~2000대 수준으로 시장 점유율도 0%대에 불과한 상황이다.

여기에 고환율도 혼다코리아가 자동차 사업을 접는 계기가 됐다. 이 대표는 "현재 한국에 판매하는 자동차는 100% 미국 오하이오 공장에서 생산한 것"이라며 "2010년대 중반까지 원·달러 환율이 1110원 안팎이었는데, 현재 환율은 이보다 20~30% 높은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고환율) 극복을 위해 비용 절감 등 자구책은 물론 라인업 구성 변화 등 꾸준하게 노력했지만, 비즈니스 연속성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 (사업 종료) 판단의 가장 큰 요소였다"고 덧붙였다.

당장 혼다 차량을 구매한 고객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혼다코리아는 불과 약 일주일 전인 지난 17일부터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뉴 파일럿 블랙 에디션' 사전 계약을 시작하는 등 신차를 판매하고 있다. 이 대표는 "내일부터 차량 대기 고객들에게 이 상황을 설명드리고, 계약 유지와 취소 등 고객 의견을 따를 것"이라며 "내일부터 판매되는 신차의 경우 딜러사와 긴밀하게 협의해 어떤 혜택을 드릴 수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미 판매된 차량의 경우 보상 계획은 없다고 했다.

혼다코리아는 자동차 사업은 종료하지만, 애프터서비스는 유지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차량 유지 관리 서비스, 부품 공급, 보증 대응 등 애프터서비스는 지속해 고객에게 가능한 한 불편함을 드리지 않도록 책임감 있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했다. 서비스 유지 기간에 대해 이 대표는 "법적 의무인 최소 8년 이상은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국내에는 딜러사가 운영하는 서비스 센터와 협력점을 포함해 총 18곳의 혼다코리아 서비스 센터가 있다. 이 대표는 "딜러사들이 변함없이 서비스 센터를 운영할 수 있도록 협의할 예정이지만, 전시장 내 퀵서비스 센터는 숫자가 줄어들 수 있다"며 "(서비스) 공백이 생긴다면 그에 준하는 네트워크를 증설해 불편 없도록 준비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혼다코리아 직영 서비스 센터를 운영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기존 서비스 협력점을 이용할 생각"이라고 했다.

앞으로 혼다코리아는 모터사이클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혼다코리아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판매한 모터사이클은 약 4만3000대로, 국내 시장의 약 40%를 차지한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우수한 상품성을 갖춘 다양한 상품 라인업을 고객 니즈에 맞게 도입하고, 서비스와 고객 체험 등을 더욱 향상시켜 혼다 모터사이클만의 가치를 높여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