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 판매가 호조를 보이며 매출액은 늘었지만, 지난해 4월부터 부과된 미국의 고율 관세로 인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면서 예상치를 밑도는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차는 23일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을 갖고 1분기 영업이익이 연결 기준 2조51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8% 감소했다고 밝혔다. 앞서 증권사들이 내놓은 전망치 평균은 (컨센서스) 2조7800억원대였는데, 이에 못 미친 영업이익을 거둔 것이다.
매출액은 45조93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늘었지만, 당기순이익은 2조5849억원으로 23.6% 줄었다.
◇ 매출은 1분기 기준 최대치… 美 관세 영향은 8600억원
현대차의 매출액은 역대 1분기 기준 최대치에 해당된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전체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한 97만6219대에 그쳤지만, 하이브리드차를 포함한 고부가가치 차종의 판매가 늘면서 전체 매출액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국내 판매량은 신차 대기 수요가 늘면서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한 15만9066대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그랜저 페이스리프트를 시작으로 신차를 대거 출시할 예정이다. 해외 판매량도 2.1% 감소한 81만7153대에 머물렀다. 다만 미국 판매량은 24만3572대로 0.3% 늘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친환경차의 판매량은 전기차, 하이브리드차가 인기를 얻으면서 전년 동기 대비 14.2% 증가한 24만2612대를 기록했다. 이중 전기차 판매는 5만8788대, 하이브리드차는 17만3977대로 각각 집계됐다. 특히 하이브리드차 판매는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미국 관세의 영향은 8600억원으로 집계됐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후 지난해 4월부터 모든 수입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에 무관세로 차를 수출했던 현대차·기아 등 국내 업체들 역시 관세 부과 대상이 됐다. 이에 무관세로 수출을 했던 지난해 1분기보다 영업이익이 급감한 것이다.
이 밖에 달러화 강세에 따른 판매 보증 충당금 증가도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하는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판매 보증 충당금이란 자동차를 판매할 때 제공하는 무상 보증과 서비스 등에 대한 비용을 회계에 반영하는 것이다. 이 비용은 달러화로 적립되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오르면 원화로 환산되는 충당금 규모도 증가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정학적 이슈 등으로 인한 글로벌 수요 감소, 일회성 수익성 악화 요인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4.6%에서 4.9%로 올랐고, 미국 시장 점유율도 5.6%에서 6%로 상승했다"고 말했다.
◇ 국제 정세 불안감에 불확실성 확대… 어려움 지속될 듯
현대차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 등 국제 정세의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은 데다, 국가 간 무역 갈등도 심화돼 2분기에도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올해 출시하는 주요 신차를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는 올해 대형 플래그십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GV90을 선보인다. 현대차는 또 아반떼와 투싼 완전변경 신차, 그랜저와 싼타페 부분변경 모델 등도 올해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관세 영향 등 수익성 악화 요인을 만회하기 위해 '컨틴전시 플랜'을 수립하고 전사적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이라고 밝혔다. 사업의 계획 수립, 예산 설정, 비용 집행 등 지출에 대한 모든 절차를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현대차는 지난해 발표한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라 전년 동기 분기 배당과 동일한 2500원의 분기 배당을 실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