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중국에 진출한 지 24년 만에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내연기관 차량을 팔던 이미지를 버리고, 전기차를 앞세워 신에너지차(NEV) 브랜드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2002년 현대차와 베이징기차의 합작 법인 '베이징현대'를 설립한 이후 선보이는 가장 큰 변화다.
현대차(005380)는 오는 2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2026 오토차이나(베이징 모터쇼)'를 통해 아이오닉 브랜드의 첫 중국 양산 모델을 공개한다. 현대차그룹이 베이징 모터쇼에 참여하는 건 2년 만이다. 현대차그룹은 24일 공개될 중국 전용 아이오닉을 시작으로 앞으로 추진할 'NEV 브랜드로의 전환 계획'을 발표한다. NEV는 내연기관을 대신해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구동하는 차량을 뜻한다.
2010년대 중반만 해도 현대차그룹은 제네럴모터스(GM), 폴크스바겐과 함께 중국 내 '빅3'로 통했다. 2016년 중국 시장 점유율을 보면 베이징현대가 6.5% 둥펑위에다기아가 3.7%로 합해서 두자릿수를 기록했다. 당시 판매량은 179만대에 달했다.
하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로 촉발된 한국과 중국의 마찰 이후 현대차그룹의 판매는 급격하게 위축됐다. 한국산 제품 불매운동에 이어 BYD와 지리자동차 등 중국의 완성차 브랜드가 약진한 것도 현대차기아가 위축된 이유다. 현대차기아의 지난해 중국 판매량은 21만대였다. 9년 전과 비교하면 8분의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중국에서는 최대 정보통신(IT) 기업 화웨이까지 자동차 산업에 진입할 정도로 새로운 전기차와 자율 주행 등에 대한 투자 비중이 커졌다. 중국 이어우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내 NEV 판매량은 2018년 126만대 수준이었는데, 2025년 1649만대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특히 작년에는 전체 차량 중 NEV의 비율이 54%를 기록하며, NEV가 내연기관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그룹은 중국에서 철수하는 대신 절치부심하며 중국에 맞는 NEV를 개발해왔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중국 현지용 아이오닉 신차가 그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의 첫 번째 전략은 '현지화'다. 현지 IT 기업 모멘타가 개발한 자율주행 기술을 신형 아이오닉에 적용하기로 했다. 또 서비스와 충전 인프라를 확대해 아이오닉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계획이다.
아울러 중국 배터리 기업인 CATL과 차세대 배터리 기술 및 공급망 구축 방안을, 에너지 기업 시노펙과는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법인 HTWO 광저우를 거점으로 수소 생태계를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중국 정부의 친환경차 정책이 바뀐 현시점을 반등 최적의 시기로 보고 있다. 중국의 제15차 5개년 계획에는 지능형 커넥티드 NEV만 신흥 육성 사업으로 분류됐다. 정부가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을 적용한 NEV에 대해서만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또 노후차를 NEV로 바꾸는 이구환신(以舊換新) 정책은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개편됐다. 비싼 차량을 사야 할인 폭도 커지는 구조다. 이 여파로 보급형 EV를 판매하는 현지 브랜드들이 최근 주춤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중국에서 중국을 위해 세계로'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중국에서 전기차 6종을 공개하고 연간 50만대 판매량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는 내년 중국에서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도 출시할 예정이다.
EREV는 배터리를 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차량을 뜻한다. 내연기관 엔진도 있지만, 배터리를 충전하는 데에만 사용된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와 다른 점이다.
기아(000270)도 현지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23년 8월 공개된 EV5를 중국 옌청 공장에서 양산하고 있으며, 중국 생산 물량을 중남미와 호주 등에 수출하고 있다. 또 기아는 현지 합작사 위에다그룹과 완성차 판매뿐만 아니라 배터리, 수소 등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