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고급 브랜드의 대명사로 꼽히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지난해 국내에서 비슷한 수준의 매출을 올렸지만, 재무 전략은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벤츠는 국내 판매 방식 변화 등 여러 경영 변수를 감안해 현금을 쌓은 반면 BMW는 판매량을 최대한 확대하기 위해 차량 재고를 늘린 것이다.
21일 각 사가 공개한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벤츠코리아와 BMW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각각 6조1883억원, 6조95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8.8%, 1.7%씩 늘어난 수준이다.
두 회사의 매출 규모는 비슷했지만, 곳간 내부를 채운 현금과 재고 자산의 규모는 큰 차이를 보였다.
벤츠코리아는 현금 보유량을 늘렸다. 지난해 벤츠코리아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660억원이었다. 세무 당국으로부터 환급받은 1143억원의 법인세를 제외해도 1217억원에 이른다. 이는 전년(570억원)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재고는 줄었다. 벤츠코리아의 재고 자산은 2024년에 전년 대비 3393억원 증가했지만, 지난해에는 1339억원 감소했다. 특히 차량 재고가 9966억원에서 7325억원으로 27% 줄었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지난해 AMG 모델과 G-클래스 등 최상위 차량을 중심으로 판매가 확대되면서 차량 재고가 감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금 확보량이 늘고 재고 자산은 줄이면서 여러 경영 변수나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수월해졌다"고 덧붙였다.
반면 BMW코리아의 재고 자산은 2024년 1조5044억원에서 지난해 1조6794억원으로 12% 늘어났다. 이 중 차량 재고는 73% 증가한 8051억원을 기록했다. 대신 BMW의 지난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790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감소했다. 국내 재고를 늘리기 위해 본사로부터 대량으로 차량을 구매했기 때문이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과거 재고 부족으로 즉각 판매 대응이 되지 않았던 적이 있었다"며 "올해는 물량 부족을 예방하기 위해 지난해 말 본사로부터 미리 재고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벤츠와 BMW의 재무 전략이 엇갈린 것은 올해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두 회사가 서로 다른 상황에 놓였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벤츠는 지난 13일 '리테일 오브 더 퓨처(RoF)'를 도입, 국내 판매 방식에 대폭 변화를 줬다. 딜러사에 도매로 재고를 넘기는 대신 벤츠코리아가 직접 재고를 관리하며 전국 단일 가격으로 판매하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딜러사별 할인 경쟁이 없어지는 만큼 당분간 벤츠코리아의 판매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BMW코리아는 이 기회를 틈타 실적을 키워야 하는 상황이다.
한편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판매량은 BMW코리아가 1만9368대로 벤츠코리아(1만5862대)를 앞서고 있다. BMW코리아 앞에는 2만964대를 판매한 테슬라코리아가 있다. 지난해의 경우 BMW코리아가 7만7127대로 벤츠코리아(6만8467대)를 제치고 수입차 업계 1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