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노동조합이 사측을 향해 "2028년 이후 계획을 밝혀야 한다"며 최소 10년 이상 생산을 유지할 수 있는 신차 계획과 내수 확대를 주문했다. 2028년은 GM이 산업은행과 약속한 한국 사업장 유지 기한이다. 노조는 이달 중 미국을 방문해 본사 측에 신차를 직접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안규백 한국GM 노조위원장은 지난 17일 인천 한국GM 부평공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사측이 신규 투자 3억달러(약 4400억원)를 발표했지만, 철수설을 완전히 불식시키고 안정적 미래를 보장하려면 현재 생산 차종을 대체할 수 있는 신차 프로젝트가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안규백(왼쪽 두번째) 한국GM 노동조합 위원장이 지난 17일 인천 한국GM 부평공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이윤정 기자

한국GM은 지난달 국내 공장 현대화를 위해 3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3억달러에 추가된 것이다. 여기에 사상 첫 중간 배당도 실시한다. 업계에서는 배당 규모가 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분 76.96%를 보유한 GM 본사는 물론, 17.02%를 가진 산업은행도 배당을 받게 된다.

안 위원장은 "배당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형편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해 한국GM 영업이익은 4900억원 수준으로, 1년 전 1조3572억원 대비 크게 줄었다. 안 위원장은 "장기 계획과 같은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으면 지금의 배당은 철수를 위한 물밑 작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신차 계획도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추진될 수 있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안 위원장은 "군산 공장도 2016년 쉐보레의 차세대 크루즈(D2LC)를 출시했지만, 2018년 폐쇄됐다"며 "노조의 과도한 우려가 아니라, 그동안 GM이 보여온 일관된 (폐쇄) 패턴이었던 만큼, 단기 계획은 믿기 어렵다"고 했다.

노조는 2028년 GM이 철수하지 않아도, 신차 없이는 2030년 전후로 한국GM의 수명이 다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안 위원장은 "현재 모델들의 마이너 체인지 모델(완전 변경이 아닌 상품성 강화 모델) 양산 시점이 2027년 1월"이라며 "부평 공장은 2030년, 창원 공장은 2032년이 생산 시한"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계획도 판매량 급감이나 각종 리스크로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고 했다.

신차 배정과 함께 내수를 일으켜야 한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안 위원장은 "호주와 인도, 유럽, 러시아 등을 보면, 회사가 먼저 내수를 찌그러뜨린 다음, 공장이 수익을 내도록 바꿔 배당한 뒤 구조조정, 철수한다"며 뷰익 '엔비스타' 등의 내수 출시를 지속적으로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과거 경차부터 대형까지 풀라인업을 구축했을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소형 SUV 두 개 차종뿐"이라며 "이 상태에서 (회사가) 내수 진작을 말하는 것은 거짓말 또는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미 시장에 대한 의존도도 낮춰야 한다고 했다. 안 위원장은 "현재 100대를 생산하면 96대는 북미로 보내는데, 지난해 그 어떤 회사보다 더 크게 관세 리스크에 직면했던 것은 회사가 자초한 것"이라며 "산업은행이 다시 GM과 협상한다면 내수 확대와 북미 의존도를 낮추는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KG모빌리티의 수출망을 활용하고, GM은 기술을 제공하는 협업을 제안하기도 했다.

노조는 이달 중 미국을 방문해 GM 본사 측 임원들을 만나는 방안을 타진하고 있다. 안 위원장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면담을 추진 중"이라며 "현재 생산하고 있는 차종의 후속 프로젝트에 대해 강하게 어필하고 돌아올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