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의 사업자등록증에 기재된 대표자가 호세 무뇨스 사장에서 최영일 국내생산담당 부사장으로 변경됐다. 현대차는 행정상 편의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그동안 무뇨스 사장이 현대차의 경영 전반을 총괄해 왔었다는 점을 들어 이번 사업자등록상 대표 변경이 그의 입지나 거취가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14일자로 사업자등록증의 대표자를 무뇨스 사장에서 최 부사장으로 변경했다고 내부에 공지했다. 이에 따라 본사는 물론 각 공장과 연구소, 서비스센터, 임대사업장 등 전 사업장에 대한 사업자등록증이 재발급됐다.
1965년생인 최 부사장은 경북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엔지니어링 전문가로, 지난해 12월 전무에서 승진해 국내생산담당으로 임명됐다. 이후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현대차 각자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현재 현대차 대표이사는 최 부사장을 비롯해 정의선 회장, 무뇨스 사장까지 총 3명이다.
현대차 측은 사업자등록증에 기재된 대표자가 무뇨스 사장에서 최 부사장으로 바뀐 데 대해 행정 편의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내 공장 설립과 생산 설비 확충 등을 위해선 각종 서류 제출과 함께 복잡한 행정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무뇨스 사장의 경우 외국 국적을 가진데다 해외에 있는 경우도 많아 대표이사 중 한 명인 최 부사장으로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뇨스 사장은 스페인계 미국인이다.
다만 현대차 내부에서는 최근 현대차의 부진과 연관된 조치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현대차는 지난해 매출이 186조2544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19.5% 줄어든 11조4678억원에 그쳤다.
미국 자동차 관세 비용으로만 4조1100억원을 쓴 것이 수익성 악화의 주 원인이지만, 판매도 힘을 쓰지 못했다. 현대차의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도매 기준)은 413만8389대로 전년 대비 0.1% 감소했다. 2024년(414만2357대) 1.8% 줄어든 데 이어 2년 연속 감소세다. 무뇨스 사장이 미국 시장 선방을 이끌었지만, 국내와 인도, 아시아태평양 등 주요 시장에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는 상황이다.
한 현대차 직원은 "무뇨스 사장이 취임 2년 차에 접어들었는데 비용 절감 위주의 경영으로 회사를 '닛산화'하고 있다는 불만을 가진 직원도 있다"고 했다. 무뇨스 사장은 일본 닛산 출신이다. 닛산은 고강도 비용 절감을 10여년간 지속했고, 이는 결국 직원의 사기 저하와 기술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1분기 현대차 실적도 좋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중이다. 증권가는 1분기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3%가량 감소한 97만대 안팎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최태용 DS증권 연구원은 "중동 판매 부진과 (핵심 부품사인) 안전공업 화재 및 나프타 대란 등을 포함한 공급망 생산 차질 영향"이라고 했다. 이에 따른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 평균치)는 작년보다 24.9% 감소한 2조7275억원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사업자등록증 대표자가 외국인인 것보다 한국인인 것이 행정적으로 편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국내 수많은 브랜드가 외국인을 사업자등록증 대표자로 올려놓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무뇨스 사장의 입지나 거취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올 만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