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프랑스의 완성차 기업인 스텔란티스가 중국 전기차 제조사인 립모터와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 브랜드 차량에 중국의 전기차 기술이 적용되는 첫 사례인데, 국내에서도 두 회사의 공동 개발 모델이 판매될 지 관심이 쏠린다.
16일 외신 등에 따르면 로이터는 지난 8일(현지 시각) 스텔란티스가 립모터와 전기 SUV 공동 개발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며 스페인 사라고사 공장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텔란티스 산하 독일 브랜드인 오펠이 차량 외관을, 립모터가 전자·전기 부품 등 기술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스텔란티스는 립모터와 전기차 생산 부문에서 협력해 왔다. 현재까지는 스텔란티스의 폴란드·스페인 공장에서 립모터의 T03, B10 등이 생산되는 수준이었는데, 차량 공동 개발로 협력이 확대되는 것이다.
스텔란티스와 립모터의 협력 확대 이유로는 비용 절감이 꼽힌다. 공동 개발안이 확정될 경우 스텔란티스는 새로운 전기차 개발에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립모터 입장에서는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하는 17.8∼45.3% 상당의 관세를 피할 수 있어 역시 큰 이득을 얻게 된다.
스텔란티스는 지난 2023년 약 2조5000억원을 투자해 립모터의 지분 20%를 인수했다. 또 중국 외 지역에서 립모터의 차량 개발·판매를 담당하는 합작사 립모터 인터내셔널을 세워 지분 51%를 확보했다. 합작사를 통해 립모터는 주력 소형 SUV인 B10 등을 독일에서 지난해 약 7200대를 판매하기도 했다.
스텔란티스는 차량 공동 개발과 함께 유럽 외 지역에서도 립모터와 손잡고 전기차를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텔란티스와 립모터는 캐나다 공장에서 전기차를 공동 생산하기로 했다. 브라질과 말레이시아에서도 반조립 형태로 생산이 이뤄질 예정이다.
두 회사의 협력 확대가 향후 립모터의 한국 진출로 이어질 지에 대해서도 수입차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지난 2024년 하반기부터 립모터의 한국 출시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당시에는 딜러사들과 함께 립모터 본사를 방문해 생산시설을 둘러보는 수준이었지만, 최근 스텔란티스 본사와 함께 수익성을 따져보는 등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척됐다.
앞서 지난해 1월 국내에 진출한 중국 전기차 제조사 BYD는 1년 만에 누적 판매량 1만대를 돌파하며 순항 중이다. 올 들어서는 1분기에만 3968대를 팔았다. BYD가 성공적으로 안착한 데 이어 지리자동차의 고급 브랜드인 지커 등 다른 중국 전기차 업체들도 국내 판매를 준비하고 있다.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중국 전기차가 국내에서 순조롭게 안착한 점이 립모터의 국내 진입 장벽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스텔란티스코리아 관계자는 "중국 브랜드에 대해 한국 시장 내 긍정적인 상황들을 공유하면서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단계"라며 "수익성을 내기 위한 여러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