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기름값이 크게 오르면서 국내는 물론 미국,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도 중고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신차와 달리 차량을 바로 수령할 수 있어 고유가에 즉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최근 5부제 등에서 제외되는 점도 매력 요인으로 부상하는 중이다.
14일 직영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에 따르면 지난달 중고 전기차 판매량은 전월 대비 29.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중고차 판매량은 8.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케이카 관계자는 "3월은 통상 새학기, 취업 등과 맞물려 '첫 차' 수요가 늘기 때문에 중고차 시장의 성수기에 속하는데, 올해 3월은 미국과 이란 간 전쟁 등으로 인해 전체 판매량이 평년 대비 적었다"며 "반면 중고 전기차 판매는 이례적으로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고 말했다.
중고 전기차 수요가 급증한 배경은 최근 치솟는 기름값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전기차 신차 판매도 증가하고 있지만, 이는 수 개월 전 구매를 결정한 물량인 만큼 최근의 고유가보다는 정부의 보조금 지급, 테슬라 등 주요 브랜드의 가격 할인 정책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의견이 많다. 반면 중고 전기차는 구매 과정이 간단하고 보조금과 할인도 없는 만큼 온전히 경제성 때문에 판매가 늘어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2월 넷째 주 전국 주유소 보통 휘발유의 평균 가격은 리터(L)당 1691.26원이었다. 이후 2월 28일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발발하면서 기름값은 급등하기 시작했고, 이달 둘째 주엔 L당 평균 1967.58원까지 뛰었다. 2월 넷째 주와 비교하면 16.3% 오른 수준이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중고차는 즉시 출고가 가능해 고유가에 바로 대응이 가능하다"며 "경제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소비자가 많다"고 했다. 케이카 관계자도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기아의 니로 EV와 더 뉴 기아 레이 EV 등 2000만원 안팎의 가성비 좋은 전기차가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최근 공공기관 등에서 2부제와 5부제 등 강력한 에너지 절약 정책이 시행되는데 전기차와 수소차는 이를 피할 수 있는 점이 매력으로 부각한 것도 전기 중고차 수요 증가에 한 몫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고 전기차의 인기는 해외에서도 늘어나고 있다. 스웨덴 전기차 기업 폴스타의 마이클 로셸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0일(현지 시각)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중고차 판매가 신차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많은 소비자가 '우리는 가격에 민감하다. 전기차도 고려하지만 특히 중고차를 선호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폴스타의 1분기 전체 판매량은 전년 대비 7% 증가했는데, 이 중 중고차는 47% 급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콕스오토모티브를 인용, 미국의 1분기 중고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2%, 전분기 대비 17%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FT는 "이달 첫째 주 미국의 휘발유 평균 가격이 갤런당 4달러를 돌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022년 이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팔린 전기차가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휘발유 가격 부담을 덜어주는 대안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