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국내에서 판매된 승용 전기차가 1년 전보다 15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가 월 1만대 판매량을 기록하는 등 수입 전기차가 판매량 증가를 이끈 가운데,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판매량 또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기차 보조금 규모가 작년보다 일찍 확정됐고, 이란 전쟁 발(發) 고유가 영향 등이 맞물린 결과다. 여기에 국회에서 보조금 관련 예산이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포함되면서 올해 전기차 보급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8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승용 전기차 판매량은 7만2321대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1분기 2만8547대 보다 무려 153% 상승한 수치로, 역대 최다 분기 판매량이다.
1분기 승용 전기차 판매는 2021년 6281대에서 2022년 1만9087대로 급증했고 이후 2023년 1만9154대, 2024년 2만791대로 완만한 증가세를 보여왔다. 지난해 연간 전기차 등록 대수는 22만177대였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예년보다 전기차 보조금 확정 시점이 앞당겨진 데다 전환 지원금 100만원과 각 업체의 전기차 할인 공세가 불씨를 지폈고, 이란 전쟁 여파로 치솟은 휘발유 가격도 판매량 확대를 이끌었다고 본다.
올해 월별 판매량을 보면, 전기차 보조금이 확정된 1월 승용 전기차 판매량은 5528대였다. 하지만 2월 테슬라와 현대차·기아 등이 대대적으로 할인 정책을 앞세우자 판매량이 2만9689대로 늘었다. 기름값이 치솟은 3월 판매량은 3만7104대로 더 늘었다.
1분기 내수 시장 1위는 테슬라 모델 Y였다. 모델 Y는 1년 전(2229대)보다 587% 증가한 1만5325대가 판매됐다. 기아 EV3가 7832대로 2위를 기록했다. EV3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5065대)보다 54% 증가했다.
3위는 6306대 판매된 EV5였다. 이어 현대차 아이오닉 5가 5334대로 4위, 테슬라 모델 3가 4550대로 5위를 기록했다. 아이오닉 5는 110%, 테슬라 모델 3는 85% 늘었다.
특히 국산과 수입차 모두 중·소형 차급이 인기가 높았다. 가격 면에서는 국산차는 3000만원대, 수입차는 4000만원대에 판매되는 모델들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많이 받았다. 테슬라 모델 Y 프리미엄 롱레인지는 지난해 12월 가격이 4999만원으로 인하됐다. 올해 각종 보조금을 더하면 실구매가는 4700만원 수준이다.
모델 3는 지난 1월 가격이 4199만원으로 인하됐고, 보조금을 받으면 3000만원대에 구매가 가능하다. 현대차·기아의 할인 정책에 따라 EV3는 3200만원대, EV5는 3400만원대, 아이오닉 5는 4600만원대에 판매됐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가격이 조정되는 국면에 들어섰다"며 "현재 전기차 가격대가 소비자들의 심리적 장벽을 깬 것으로 보이는 만큼, 앞으로 각 브랜드가 이 가격대에서 얼마나 매력적인 차량을 내놓는 지가 소비자 선택의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전기차 보조금 예산이 추가로 편성될 가능성이 큰 것도 전기차 판매량을 더욱 끌어올릴 요인이다. 중동 전쟁 대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에 전기차 보급 관련 예산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는 지난 7일 전체 회의에서 전기차 등 무공해차 보급 사업 2300억원이 포함된 추경 수정안을 의결했다. 급격한 판매량 증가와 전기차 전환 지원금 등으로 올해 보조금은 현재 60% 이상 소진된 상황이다.
신차 출시도 예고돼 있다. 테슬라 모델 Y의 6인승 버전인 모델 YL이 곧 나올 예정이고, 중국 전기차 브랜드 지커도 고급 옵션을 앞세운 모델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7X를 출시할 예정이다. 국내에서 전기차 수요가 높아진 상황에서 현대차·기아도 대응을 위해 연식 변경 등을 포함한 신차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한편 권오찬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친환경미래모빌리티실 수석은 지난달 30일 보고서를 통해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중장기 보급 목표인 2030년까지 420만대 달성을 위해서는 보조금의 지속적 운영과 강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