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대형 세단인 S90은 지난 2016년 디트로이트 국제오토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이후 약 10년 간 볼보자동차의 대표(플래그십) 세단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모델이다. 지난해 7월 부분변경 모델이 출시된 이후 하반기 판매량이 상반기보다 약 60% 급증하며 국내에서 볼보차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S90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버전(T8)을 시승해 봤다.

볼보자동차 준대형 세단 'S90' 플러그인 하이브리드(T8) 전면부./이윤정 기자

S90의 차체 크기를 보면 길이는 5090㎜, 너비와 높이는 각각 1890㎜, 1445㎜다. 동급 경쟁 모델인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보다 141㎜ 길고, 10㎜ 넓으면서 35㎜ 낮다.

외관 디자인은 전반적으로 차분하면서 군더더기 없는 느낌이었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이전 모델과 달라졌다. 안쪽으로 오목하게 들어간 크롬 빗살이 수직으로 나열돼 있었는데, 부분변경 모델은 정갈한 한복 옷고름처럼 비대칭 사선형 패턴으로 설계됐다.

볼보자동차 준대형 세단 'S90' 플러그인 하이브리드(T8) 측면부. /이윤정 기자

그릴 양쪽 끝은 볼보의 상징으로 일명 '토르의 망치'로 불리는 누운 T자(字)형의 헤드램프와 연결돼 차체가 더 넓고 낮아 보인다.

측면부는 앞바퀴가 차체 앞쪽으로 바짝 당겨져 있어 대형 세단임에도 날렵해 보이는 느낌을 줬다. 지붕 라인은 트렁크 끝까지 완만하고 부드럽게 이어져 앞·중간·뒤로 명확하게 구분되는 정통 3박스 세단보다는 쿠페와 같은 우아함이 강조됐다. 후면의 테일램프는 기존 C자형에서 전면과 같은 누운 T자형으로 바뀌었다.

볼보자동차 준대형 세단 'S90' 플러그인 하이브리드(T8) 후면부./이윤정 기자

내부는 볼보차가 추구하는 '스칸디나비아 리빙룸' 콘셉트에 따라 안락함을 강조했다. 따뜻한 질감을 주는 우드 데코와 회색빛이 살짝 도는 갈색의 100% 재활용 폴리에스터 섬유가 조합됐다. 다만 손끝에 전해지는 느낌이 살짝 거칠거나 가벼워 최고급이라고 표현하긴 어려워 보였다. 시트는 나파 가죽 소재로 적당히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웠다.

낮고 평평한 대시보드 한가운데엔 영국의 하이엔드 브랜드 '바워스 앤드 윌킨스'의 센터 스피커가 자리 잡고 있다. 픽셀 밀도가 21% 높아진 고해상 11.2인치 대형 디스플레이는 보기엔 편해졌지만, 태블릿 PC를 그대로 붙여놓은 것처럼 생겨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는 앞뒤로 조정하는 크리스털 기어 노브가 적용됐다.

볼보자동차 준대형 세단 'S90' 플러그인 하이브리드(T8) 내부 1열./이윤정 기자

2열의 승차감은 특히 만족스러웠다. E-클래스(2960㎜)보다 넓은 휠베이스(3060㎜·앞바퀴 중심과 뒷바퀴 중심 간 거리) 덕에 1열에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고도 넉넉한 레그룸이 나왔다. 울트라 트림엔 탑승자가 팔을 올려놓을 수 있는 럭셔리 암레스트가 적용돼 '쇼퍼 드리븐(운전기사가 모는 차)'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차체 높이가 낮다 보니 신장 180㎝의 성인 남성이 앉았을 때 머리 위 공간이 적어 다소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볼보자동차 준대형 세단 'S90' 플러그인 하이브리드(T8) 2열./이윤정 기자

가속 페달에 힘을 주니 부드럽게 속도를 냈다. 가속력은 무르지 않고 E-클래스와 비교하면 오히려 살짝 단단한 느낌이다. 반응도 직관적이다. 발의 압력을 컨트롤해야 하는 다른 브랜드 세단들과 달리 S90은 밟는 만큼, 떼는 만큼 움직이는 정직한 스타일이다. 다만 스티어링휠이 다소 가볍고, 휙휙 돌아가는 느낌도 있었다.

S90에는 티맵 내비게이션이 장착돼 운전하면서 헤드업 디스플레이로도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직진 구간이 길 때는 내비게이션 정보가 사라지고 속도만 표기된다는 단점이 있다.

볼보자동차 준대형 세단 'S90' 플러그인 하이브리드(T8)의 휠./이윤정 기자

고속 주행을 위해 파워 모드로 놓고 쭉 밟아보니 더 부드럽게 속도가 올라가면서 힘이 느껴졌다. 최대 317마력을 내는 엔진과 최대 107㎾를 발휘하는 전기모터가 합쳐진 덕분이다. 또 다른 동급 차량인 BMW 530e(229마력)보다 높은 가속력을 발휘한다.

순간 가속력을 좌우하는 토크는 엔진과 전기모터가 각각 최대 40.8㎏·m, 31.5㎏·m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8초로 역시 BMW 530e(6.4초)보다 빠르다. 고속 주행 때 차량 내에서 대화를 하거나 음악을 듣는 데 전혀 지장이 없을 만큼 정숙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답게 연료 효율도 경제적이다. 18.8㎾h 리튬이온 배터리가 탑재돼 있어 1회 충전 시 최대 65㎞까지 주행 가능하다. 서울 시내 출퇴근은 순수 전기로 충분한 셈이다. 연비는 복합 기준 리터(L)당 11.5㎞다. 휘발유가 L당 13㎞, 전기모터가 ㎾당 3.6㎞의 연비를 낸다.

볼보자동차 준대형 세단 'S90' 플러그인 하이브리드(T8)의 트렁크./이윤정 기자

S90은 그 자체로 견고한 '안전 케이지'다. 문을 닫고 내릴 때 다른 브랜드 차량보다 훨씬 문짝이 두꺼워 육중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다만 트렁크 용량은 436L로 준대형 세단치고는 다소 작은 편이다. 골프 캐디백 두 개와 보스턴백 두 개를 실으면 꽉 차는 용량이다.

S90의 가격은 개별소비세 포함 T8 기준 914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