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기아(000270)에 엔진밸브를 납품하는 안전공업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신차 출고에 비상이 걸렸다. 기아의 소형차 '모닝'과 '레이'를 위탁 생산하는 동희오토가 이미 생산 중단을 결정한 데 이어, 영업 현장에서는 현대차의 준중형 세단 '아반떼'도 신차 출고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수요가 적은 소형차부터 생산 차질 여파가 닥치고 있는 것이다.
2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동희오토는 오는 27일부터 모닝·레이 생산을 부분 중단하고, 4월 1일부터 11일까지는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동희오토는 기아와 부품사 동희홀딩스의 합작사다. 2004년 모닝으로 시작해 현재 레이까지 기아의 소형차를 위탁 생산하고 있다.
생산 중단은 지난 20일 현대차·기아에 엔진밸브를 납품하는 안전공업 대전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엔진밸브는 실린더 내부 연료 주입과 배기가스 배출을 제어하는 자동차 필수 부품이다.
'국민 세단'으로 불리는 아반떼도 이번 화재로 신차 인도가 밀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현대차의 한 영업사원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아반떼 가솔린, 하이브리드 납기가 1개월이었는데, 이달부터 3개월로 길어졌다"며 "아직 본사에서 화재로 인해 부품 조달이 안 되고 있다는 공문이 내려오지는 않았지만, 이달 중 계약하지 않는다면 화재 영향을 받아 인도가 크게 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안팎에서는 이르면 이번 주부터 울산 공장의 아반떼 생산이 중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중형 세단인 '쏘나타'나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싼', 중형 SUV '싼타페' 등 인기 차종은 상대적으로 화재 영향에서 자유로운 상황이다. 현대차 영업사원은 "현재 쏘나타는 재고가 있어 할인도 가능하다"고 했고, 또 다른 영업사원도 "투싼과 싼타페 등 인기 SUV는 즉시 출고 가능해 화재 영향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소형차와 준중형차는 수요가 과거만큼 많지 않다 보니, 미리 만들어두지 않는다"며 "중형급 이상 세단이나 SUV는 인기가 좋아 주문 전부터 물량이 확보돼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동희오토가 생산을 중단하게 된 것도 국내에 남아 있는 엔진밸브 재고가 중대형차에 우선 배정된 영향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 중대형차 생산에도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기아는 생산 중단 시기를 최대한 늦추기 위해 해외 공장의 엔진밸브 여유분을 국내로 끌어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경우 엔진밸브를 배로 실어 와야 해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 오늘내일 라인이 멈추진 않겠지만, 이런 상태가 지속하면 4월 초부터 생산 차질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현재 국내외에서 일정 수준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으며, 생산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협력사 등과 협의하고 있다"며 "보유 재고 활용과 공급망 내 대체 수급 등 다각적인 대응 방안을 검토·추진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