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마이바흐 GLS는 메르세데스-벤츠그룹의 최고급 서브 브랜드인 마이바흐가 유일하게 판매하는 내연기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지난 2020년 글로벌 시장에서 첫 선을 보인 후 지난 2024년 부분변경을 거쳤다.

마이바흐 GLS 마누팍투어. /진상훈 기자

벤츠는 글로벌 시장에서 고급차의 대명사로 꼽히지만, 그룹은 그를 넘어선 명품의 특별함을 강조하기 위해 마이바흐 브랜드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경쟁사인 BMW는 주행 성능 등 여러 요소에서 벤츠를 넘어섰다는 호평이 많지만, 최고급 명품 브랜드 시장에서는 마이바흐의 아성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마이바흐는 대표적인 '쇼퍼 드리븐(Chauffeur-driven)' 브랜드다. 쇼퍼 드리븐 자동차는 기사가 운전을 하고 차주는 뒷좌석에 탑승하는 고급차를 뜻하며 주로 대형 세단이나 리무진 등이 이에 속한다.

마이바흐 GLS는 최고급 브랜드면서도 직접 운전하는 사람이 많은 SUV답게 운전의 재미를 살린 앞좌석과 쇼퍼 드리븐 차의 안락한 뒷좌석을 모두 갖춘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마이바흐 GLS 마누팍투어의 측면부. /진상훈 기자

서울과 경기 북부에서 마이바흐 GLS를 타 봤다. 시승은 서울 도심을 출발해 남북 접경 지역인 경기 파주 탄현면에 도달한 후 돌아오는 총 100km의 구간에서 진행했다.

앞좌석과 뒷좌석을 두루 체험하기 위해 동승자와 함께 시승에 나섰다. 이날 탄 차량은 특별한 외관 색상과 인테리어 사양이 적용된 메르세데스-마이바흐 GLS 600 4MATIC 마누팍투어 모델이었다.

마이바흐 GLS의 외관에서는 벤츠를 넘어선 특별함을 최대한 강조하는 듯한 우아함과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느껴졌다.

벤츠의 대형 SUV인 GLS의 경우 라디에이터 그릴이 수평으로 배열되고 정중앙에 큼지막한 '삼각별' 로고를 배치해 강인하고 웅장한 느낌을 준다. 반면 마이바흐 GLS의 그릴은 정교한 라인의 고광택 크롬 바가 촘촘하게 수직으로 배열되고 상단에는 마이바흐 레터링이 새겨져 최상위 모델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마이바흐 GLS 마누팍투어 전면부의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 공기흡입구. 흡입구에는 마이바흐 패턴이 적용돼 있다. /진상훈 기자

마이바흐 레터링은 그릴 주변 외에도 전면부 램프 하단과 후면부, 휠, 도어 하단 패널 등 차량 외부 곳곳에 배치돼 최고급 브랜드라는 점을 드러낸다. 앞 범퍼와 B필러 커버 등에 적용된 크롬 트림과 촘촘한 문양의 마이바흐 패턴으로 장식된 전면부 공기 흡입구의 외관도 눈에 띄었다.

내부 역시 최고급 소재와 화려한 디자인이 적용돼 명품의 이미지가 한껏 강조됐다. 시트의 경우 마누팍투어 요트 블루 색상의 나파 가죽으로 제작돼 마치 고급 요트의 라운지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줬다. 시트 표면과 등받이 중앙 부분에 다이아몬드 문양의 자수가 놓여진 점도 고급스러워 보였다.

마이바흐 GLS 마누팍투어의 앞좌석. /진상훈 기자

마이바흐 GLS 600은 4리터 V형 8기통 M177 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557마력, 최대 토크 78.5 kgf·m의 성능을 갖췄다. 또 통합 스타터 제너레이터와 48볼트(V) 전기 시스템도 적용돼 추가로 16킬로와트(kW)의 출력을 지원한다. 연료 소비의 효율성을 높이는 장치다.

서울 도심을 벗어난 후 자유로에 진입해 가속 페달에 힘을 주자, 차체는 부드럽게 속도를 높였다. BMW X시리즈를 등 상당수 독일 고급 브랜드 SUV들이 빠른 가속 성능을 발휘하는 것과 달리 마이바흐 GLS는 속도를 올리는데 다소 시간이 걸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날렵함이 느껴지기보다는 묵직하다는 느낌에 가까웠다.

마이바흐 GLS 마누팍투어의 후면부와 리어 램프. /진상훈 기자

놀라운 점은 승차감이었다. 곡선 주로에서의 고속 주행과 급정거, 비포장도로 등 다양한 환경에서 주행을 했는데, 마치 구름 위를 미끄러지듯 편안하게 달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파주 시내로 진입한 뒤 산 속을 따라 계속 이어지는 곡선 주로에서 방향을 바꿔가며 속도를 높여도 흔들림 없이 차체 중심을 잡으며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었다. 뒷좌석에 타던 차주가 운전의 재미를 느끼고 싶을때는 직접 재미있게 몰 수 있겠다 싶었다.

마이바흐 GLS에는 전자 유압식 서스펜션인 E-액티브 바디 컨트롤(E-ABC)이 적용됐다. 이 기능은 노면 상태를 미리 감지해 각 바퀴에 전달되는 힘을 독립적으로 제어함으로써 전후, 좌우의 흔들림과 리프팅(차체가 상하로 들썩이는 것)을 억제한다.

마이바흐 GLS의 공차 중량은 2830kg이다. 롤스로이스 컬리넌(2660kg)이나 벤틀리 벤테이가(2388~2648kg) 등 최고급 브랜드 SUV 경쟁 모델들보다 무겁다. 이 때문에 고속 주행 시 안정성이 높고 노면과의 밀착력이 높아 탁월한 승차감을 갖췄다.

다만 육중한 무게 탓에 빠르게 속도를 높이기 어렵고 민첩함도 다른 프리미엄급 SUV에 비해 평범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이바흐 GLS 마누팍투어의 앞문을 개방한 모습. 탑승하기 위해 문을 열면 하단에서 발 받침대가 나온다. 받침대에도 마이바흐 로고가 새겨져 있다. /진상훈 기자

동승자와 자리를 바꿔 경험해본 뒷좌석의 승차감은 수준급이었다. 마이바흐 GLS에는 뒷좌석 탑승자의 편안함에 초점을 맞춘 전용 주행 모드인 '마이바흐 주행 프로그램'이 적용돼 있다.

마이바흐 주행 모드는 서스펜션의 능력을 극대화하고 차체 뒷부분의 충격 흡수 기능을 높여 뒷좌석에서 안락한 탑승감을 얻도록 해 준다. 곡선 주로에서 속도를 높여 주행을 이어갔지만, 뒷좌석에서 차체의 흔들림과 쏠림을 거의 느끼지 못 했고 노면의 잔진동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특히 시내에서 과속 방지 턱을 넘을 때 충격이 없었던 점도 인상 깊었다.

마이바흐 GLS 마누팍투어의 뒷좌석. /진상훈 기자

뒷좌석 탑승자를 위한 편의사양은 최고급 브랜드답게 다양하게 적용됐다. 마이바흐 GLS에는 2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MBUX'가 탑재된다. 뒷좌석 탑승객은 2개의 11.6인치 터치스크린이 포함된 MBUX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으로 영화, 음악, 웹 서핑 등을 즐길 수 있다. 무선 헤드셋과 시스템을 조작할 수 있는 7.4 인치 탈착식 MBUX 태블릿도 2개 제공된다.

앞좌석과 같이 고급 나파 가죽으로 마감된 뒷좌석 시트는 전동 리클라이닝 기능이 적용돼 등받이를 최대 43.5도까지 기울일 수 있다. 또 다리 받침대도 함께 늘어나 주행 시간이 길어도 마치 누워서 가는 것처럼 편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전동식 사이드윈도우 선블라인드 기능도 탑재돼 강렬한 햇빛이나 외부의 시선도 쉽게 차단할 수 있다.

마이바흐 GLS 마누팍투어의 뒷좌석. 2열의 레그룸(탑승자와 앞좌석 등받이 사이의 거리)은 1103mm로 앞좌석을 당길 경우 최대 1340mm까지 늘어난다. /진상훈 기자

적재 공간의 활용성은 생각보다 높지 않았다. 메르세데스-벤츠 GLS의 경우 3열은 물론 2열 시트까지 접을 수 있어 적재량을 크게 늘리는 게 가능하다. 경쟁사들의 대형 SUV 역시 대부분 접힘 기능이 적용돼 있다.

반면 마이바흐 GLS의 경우 골프백과 보스턴백을 3개 정도씩 넣을 수 있는 약 520리터의 용량을 제공할 뿐 2열 접힘 기능이 적용되지 않아 공간을 늘릴 수 없다.

마이바흐 GLS 마누팍투어의 적재 공간. /진상훈 기자

BMW의 대형 SUV인 X7은 3열을 접을 경우 골프백 4개와 보스턴백 4개를 넣을 수 있다. 또 적재 공간 도어가 상·하로 나뉘어 열리는 형태로 만들어져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안으로 밀어넣기 편리하며 하단 도어에 의자처럼 앉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마이바흐 GLS에는 이 같은 기능이 없다.

2026년식 마이바흐 GLS 600의 기본 가격은 2억9360만원이다. 고급 트림인 마누팍투어 모델의 경우 3억3560만원부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