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하이브리드의 시대다. 국토교통부 자동차 등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완성차 업계가 판매한 차량 중 하이브리드 비중이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내연기관차의 안정감과 전기차의 높은 연비 등 장점을 골고루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대중의 선택이 이어진 결과다. 지난해 하이브리드 판매량의 17%를 차지한 1등 모델을 직접 시승해 봤다. 기아(000270)의 2026년형 '쏘렌토 1.6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가 그 주인공이다.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사양에 따라 ▲프레스티지 ▲노블레스 ▲시그니처 ▲X-Line 등 4가지 트림으로 나뉜다. 시승한 차량은 시그니처 트림이다.
크기는 길이 4815㎜, 너비 1900㎜, 높이 1695㎜다. 동급 차량인 르노코리아 '그랑 콜레오스 하이브리드'와 비교하면 가로·세로는 조금 크고 높이는 조금 낮다. 실내 공간감을 엿볼 수 있는 자동차 앞바퀴와 뒷바퀴 중심 사이의 거리, 축거는 2815㎜로, 그랑 콜레오스(2820㎜)와 비슷하다.
외관은 SUV의 강인함을 최대한 부각한 모습이다.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은 기존보다 더 넓히고, 입체적 패턴을 적용해 단단한 인상을 줬다. 수직으로 배치된 헤드램프와 이를 따라 흐르는 'T'자형 주간주행등(DRL) 덕에 차체가 넓어 보인다.
측면부는 헤드램프 끝부터 문 손잡이를 지나 테일램프까지 라인이 이어져 있는데, 시각적으로 길어 보이는 효과를 준다. 후면 범퍼 하단은 넓은 스키드 플레이트(보호판)가 든든하게 받쳐줘 견고함을 완성한다.
운전석에서 바라본 시야는 걸리는 부분 없이 탁 트인 편이었다. 스티어링 휠은 2026년형부터 운전대 중앙과 테두리를 연결해 주는 기둥이 4개로 늘었다. 이 덕에 더욱 안정적이면서도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대시보드를 따라 흐르는 앰비언트 라이트가 1열 문까지 확장된 것도 특징이다.
계기판과 센터 디스플레이는 하나로 연결돼 있었고, 기어는 센터 콘솔에서 다이얼을 돌리는 방식이었다. 드라이빙 모드는 에코·스포츠·스마트 총 3가지가 있는데, 이를 설정할 수 있는 버튼이 기어 바로 밑에 있어 운전 중 보지 않고도 편리하게 조작이 가능했다.
좌석 위치에 따라 헤드업 디스플레이 일부분이 보이지 않는 모델들이 간혹 있는데,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어느 위치에서도 깨끗하게 보였다. 시트 소재는 인조 가죽이었지만, 저렴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시승 차량은 6인승이었는데, 2열 공간감이 특히 뛰어났다. 3열까지 이어지는 파노라마 루프까지 모두 열면 개방감은 극대화된다. 3열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2열의 공간은 굉장히 넉넉한 편이다.
2열 열선 시트도 제일 낮은 트림인 프레스티지부터 기본 적용돼 있다. 팔걸이가 있는 1인용 독립 시트로 2열이 구성돼 있어 평상시 동승자들이 매우 편하게 탈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중형 SUV의 경우 대부분 2열까지만 있다 보니 일렬로 이어진 형태가 많다.
다만 3열을 사용하려면 2열을 앞으로 꽤나 당겨야 한다. 성인이 3열에 앉았을 때 무릎이 2열 등받이에 닿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장시간 이동은 무리가 있서 보였다.
3열을 펼치면 트렁크 공간이 사실상 사라진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차량 내부를 넉넉하게 쓰고 싶은 4인 가족에게 적합한 모델이다.
스티어링 휠 양쪽에 있는 '플러스(+)', '마이너스(-)' 버튼으로 전기차 레벨을 0~3 단계 중 설정할 수 있었다. 이는 회생제동을 조절하는 것으로, 단계를 높일수록 감속이 빨라 브레이크를 밟을 일이 적었다. 다만 울렁거리는 느낌에 적응할 필요는 있다.
계기판에서 '배터리 충전' 표시도 더 많이 볼 수 있다. 다만 3단계로 놓고 시내 정체 구간을 주행할 때,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이 민감한 편이라 다소 울컥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에코 모드나 스마트 모드에서는 노면의 거친 질감을 최소한으로 느낄 수 있다. 다만 스프링 위에 앉아 있는 것처럼 지나치게 물렁하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서스펜션이 단단해지면서 달릴 채비를 마친 것을 느낄 수 있다.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180마력 엔진에 47.7㎾ 전기 모터를 더해 최대 235마력의 힘을 낸다. 순간 가속력을 좌우하는 토크는 합산 35.7㎏·m다. 가속 페달을 밟아보면 안정적으로 속도가 올라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패밀리카의 대명사인 만큼 시속 120㎞를 넘는 고속 주행이 필요한 순간은 많지 않겠다. 다만 그 이상의 속도를 낼 때는 엔진음이 다소 크게 들리기 시작한다. 바깥 바람 소리도 음악 볼륨을 키워야 할 만큼 상당히 들리는 편이다. 급격한 코너를 빠르게 돌 때는 차체가 살짝 들리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시트가 몸을 단단히 잡아줘 크게 불안하지는 않았다.
연비는 1등 하이브리드 모델다웠다. 스마트 모드로 설정하고 고속도로를 거쳐 시내까지 주행했는데, 연비를 떨어뜨리는 19인치 휠이 장착됐음에도 계기판에 L당 19.9㎞까지 찍혔다.
이는 기아가 공식적으로 안내하고 있는 도심과 고속도로의 평균인 14.8㎞/L보다 뛰어난 수준이다. 시내에서 주행할 때는 배터리가 수시로 충전돼 기름을 쓸 일이 거의 없었다.
쏘렌토 1.6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의 가격은 2WD(이륜구동) 기준 ▲프레스티지 3896만원 ▲노블레스 4217만원 ▲시그니처 4467만원 ▲X-Line 4559만원이다.
4WD(사륜구동) 모델은 ▲프레스티지 4225만원 ▲노블레스 4546만원 ▲시그니처 4795만원 ▲X-Line 4888만원이다. 개별소비세 3.5%를 적용했고, 2WD 모델은 친환경차 세제 혜택까지 반영한 가격이다.
동급 모델과 비교해보면 국산 그랑 콜레오스 하이브리드(3814만~4581만원)보다는 비싸지만, 수입 볼보 XC60 플러그인 하이브리드(9120만원)의 반값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