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의 준대형 세단 'E-클래스'는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내연기관 수입 세단으로 꼽힌다. 2014년부터 2024년까지 11년 연속 수입차 시장 베스트셀링 모델을 놓치지 않은 것이 이를 방증한다. 지난해엔 테슬라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Y'에게 1위를 내줬지만, 올해 1월 다시 최대 판매 모델을 차지했다.

E-클래스는 엔진 사양에 따라 ▲E 200 ▲E 220 ▲E 300으로 나뉘고, 외관 디자인은 ▲아방가르드 ▲AMG ▲익스클루시브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이 중 'E 300 4MATIC AMG'를 400㎞가량 시승해 봤다.

메르세데스-벤츠 'E 300 4MATIC AMG'의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에 벤츠의 삼각별에서 따온 패턴이 촘촘히 박혀 있다./이윤정 기자

겉모습부터 보면, 길이 4955㎜, 너비 1880㎜, 높이 1465㎜로 동급 모델인 제네시스 'G80'보다는 조금 작은 편이다.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엔 벤츠의 삼각별에서 따온 패턴이 엠블럼을 중심으로 크롬 테두리 안에 촘촘하게 박혀 있다.

앞 범퍼부터 앞바퀴 중심까지의 길이는 짧게 하되, 보닛은 최대한 길게 빼 안정감 있어 보이는 클래식 세단 비율을 완성했다. 앞 유리창을 받쳐주는 기둥, A필러를 최대한 눕힌 점은 모던한 분위기에 한몫한다. 리어램프에도 삼각별을 넣어 벤츠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메르세데스-벤츠 'E 300 4MATIC AMG' 측면 모습. 앞범퍼부터 앞바퀴 중심까지의 길이는 짧고, 보닛은 긴 클래식한 세단의 모습이다./이윤정 기자

실내는 넉넉한 공간감을 자랑한다. 앞바퀴 중심부터 뒷바퀴 중심까지의 거리로 실내 공간 핵심 지표인 휠베이스가 2960㎜로 G80(3010㎜)보다 짧지만, 이전 세대보다 20㎜ 길어졌다. 2열 너비와 레그룸이 각각 25㎜, 17㎜ 확대됐다.

14.4인치 중앙 디스플레이가 동승자석 디스플레이로 매끄럽게 이어지는 MBUX 슈퍼스크린이 한눈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운전석과 동승자석 사이 센터 콘솔은 검은색 원목 패턴으로 마감돼 있어 고급감이 살아난다.

메르세데스-벤츠 'E 300 4MATIC AMG'의 리어램프에 벤츠의 삼각별 패턴이 들어가 있다./이윤정 기자

가속 페달을 밟아보면 다른 차량들보다 굉장히 가볍고 부드러워 정숙함에 최우선을 두고 설계된 차량이라는 점을 단박에 알아챌 수 있다. 가속 페달이나 브레이크 페달을 조금 세게 밟아도 급출발·급정거하지 않아 운전을 잘 못하는 사람도 수준급 드라이버처럼 보일 수 있다.

달릴 때 소음도 적은 편이다. 각종 공기역학적 디자인 요소를 갖춰 공기저항계수 0.23Cd를 달성한 결과다. 일반 세단이 0.26~0.30Cd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낮은 편이다. 울퉁불퉁한 노면에서는 흔들림이 적었고, 코너를 돌 때는 묵직한 느낌을 줬다.

메르세데스-벤츠 'E 300 4MATIC AMG'의 1열 모습. 14.4인치 중앙 디스플레이와 동승자석 디스플레이가 매끄럽게 이어지는 MBUX 슈퍼스크린이 장착돼 있다./이윤정 기자

E 300 4MATIC AMG엔 최대 출력 258마력, 최대 토크 40.8㎏·m을 내는 4기통 가솔린 엔진이 달려 있다. 여기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추가돼 최대 17㎾의 힘을 더해 준다.

고속도로를 달려보니 가속 페달이 가벼운 만큼 다소 깊게 밟아줘야 하는데, 한번 속도가 붙기 시작하니 빠르게 계기판 숫자가 올라갔다. 제원표상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6.1초로, 동급 모델인 BMW 530i xDrive과 같은 수준이다.

메르세데스-벤츠 'E 300 4MATIC AMG'./이윤정 기자

여기에 속도를 높일수록 '파워' 게이지가 올라가 전기로 내는 힘이 추가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정체 구간에서는 회생 제동 덕에 배터리가 충전되면서 주행 가능 거리가 오히려 늘어나기도 했다. 도심과 고속도로의 연비를 평균 낸 복합 연비는 L당 11.6㎞다.

메르세데스-벤츠 'E 300 4MATIC AMG'의 19인치 AMG 트윈 스포크 알로이 휠. /이윤정 기자

달리는 동안 동승자가 각종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5G 커뮤니케이션 모듈이 탑재돼 있어 끊김 없이 유튜브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동승자석에 사람이 탑승해 있을 때만 동승자석 디스플레이 이용이 가능하고, 운전을 시작하면 운전자 쪽에서는 동승자석 디스플레이 화면이 검은색으로 변해 볼 수 없다. 중앙 디스플레이는 기능이 많은 탓에 다소 복잡하게 느껴졌지만, 익숙해지면 큰 어려움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E 300 4MATIC AMG' 내부엔 음향에 따라 색상이 바뀌는 끈 모양의 조명, '액티브 앰비언트 라이트'가 적용돼 있다./이윤정 기자

17개 스피커가 포함된 부메스터 4D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 덕에 더욱 깊이 있는 음향을 즐길 수 있다. 음향 공명 변환기가 앞좌석 등받이에 탑재돼 있어 음악의 공명을 직접 느낄 수 있다. 음향에 따라 색상이 바뀌는 끈 모양의 조명, '액티브 앰비언트 라이트'는 E 300 4MATIC 이상에 기본 적용돼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E 300 4MATIC AMG'의 트렁크. 최대 540L까지 적재 가능하다./이윤정 기자

다만 비상등이 중앙 디스플레이 아래에 작게 위치해 있어 긴급 상황에서 쉽게 손이 가지 못할 것 같았다. 기존에 스마트폰과 연결돼 있던 블루투스 시스템이 갑자기 작동하지 않는 상황도 발생했는데, 이는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질적 문제 중 하나다.

트렁크 공간은 최대 540L까지 적재 가능하다. E 300 4MATIC AMG의 가격은 개별소비세 인하분과 부가세를 포함해 977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