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중국산 커넥티드카에 대한 경계심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중국이 커넥티드카를 통해 각국 현지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미국은 다음 달부터 커넥티드카 내 중국산 소프트웨어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고, 캐나다 유력 정치인은 중국산 전기차가 "스파이카"라며 수입 확대를 비판하고 나섰다. 한국에서도 중국산 전기차가 늘어나고 있지만, 통상 마찰이 발생할 수 있어 관련 규제는 어려운 상황이다.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BIS)은 오는 3월 17일부터 중국산 커넥티드 차량 소프트웨어의 사용을 전면 금지한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자사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카메라, 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등 커넥티드카 핵심 소프트웨어가 중국에서 생성됐거나 중국계 기업이 개발한 코드가 없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단 중국 소프트웨어 중에서도 3월 17일 전까지 비(非중국) 기업으로 이전됐다면 사용이 가능하다. BIS는 오는 2029년부터 중국산 커넥티드카 하드웨어까지 금지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조치는 자동차를 통해 중국으로 정보가 건너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커넥티드카는 인터넷에 연결된 자동차다. 스마트폰은 물론 도로 인프라, 다른 차량 등 주변 사물과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거대한 네트워크의 일부가 됐다.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움직이는 '데이터 수집 장치'인 셈이다. 특히 자동차의 신경망부터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설계한 전기차가 보급되면서 커넥티드카가 일상 속으로 깊숙이 들어온 상태다.
커넥티드카가 중국의 정보 수집 수단이 될 것이라는 우려는 다른 나라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캐나다는 2024년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100% 징벌적 관세를 물려왔는데, 지난달 이를 대폭 완화해 연간 중국산 전기차 4만9000대에 6.1%의 관세만 부과하기로 했다. 이에 더그 포드 캐나다 온타리오 주지사는 "스파이카를 들여오는 것"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조지 타카치 캐나다 경제학자는 "중국은 미국 정부의 정보 접근을 우려해 보안 시설 내 테슬라 출입을 금지했다"며 "캐나다도 비슷한 우려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중국과 관계가 악화될 경우, 중국 정부가 전기차 회사들에 캐나다 내 전기차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전송을 방해하도록 지시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폴란드 국방부는 군사 시설 내 중국산 전기차 출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폴란드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브랜드의 폴란드 시장 점유율은 2024년 2%에서 지난해 8.2%로 1년 만에 4배가량 증가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미국 내 완성차 부품·업체들은 중국 색채를 지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탈리아 타이어 기업 피렐리가 대표적이다. 피렐리의 최대 주주는 지분 34.1%를 보유한 중국 정유·화학 국유 기업인 시노켐(중국중화그룹)이다. 피렐리의 스마트 타이어는 클라우드 연결 기능을 갖추고 있어 이대로면 미국 커넥티드카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
이에 피렐리는 시노켐에 지분 매각을 제시하는 한편, 미국 스마트 타이어 사업을 별도로 관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WSJ은 "글로벌 공급업체들은 중국에 기반을 둔 소프트웨어 팀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고 있고, 중국 기업들은 서방 사업부의 새로운 소유주를 찾고 있다"고 했다.
다만 미국 BIS가 규제를 유예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커넥티드카 소프트웨어는 각 모델에 맞춰 제작되는 경우가 많고, 중간에 변경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WSJ은 "다른 방식으로 위험을 해결했음을 입증할 경우 일시적 예외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한국에서도 중국산 전기차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미국처럼 중국산 소프트웨어만 콕 집어 규제를 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특정 국가를 겨냥한 규제는 통상 마찰 우려가 있어 한국은 국제 기준을 따르는 편인데, 아직 특정 국가의 소프트웨어를 제한하는 국제 기준은 없다"고 말했다.
중국 대표 전기차 BYD는 지난해 한국에서 총 6107대를 판매해 전체 브랜드 중 10위를 기록했다. 최근 2000만원대 소형 전기 해치백 '돌핀'을 출시하는 등 국내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의 또 다른 전기차 브랜드인 지커도 올해 중 한국 첫 신차를 출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