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오는 2분기 중 준대형 세단 '모델 S'와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X'의 생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하면서 한국 소비자들이 동요하고 있다. 감독형 완전자율주행(FSD)을 이용할 수 있는 차량들이라 최근 국내 인기가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즉시 FSD를 이용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며 단종 전 구매해야 한다는 반응이 있는 반면, 향후 부품 수급 등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신중해야 한다는 반응이 동시에 나온다.

9일 테슬라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중 모델 S와 모델 X 생산이 중단될 예정이다. 2012년 출시된 모델 S는 스마트폰처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기능을 추가하는 개념을 선보이며 한때 자동차 업계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렸다. 모델 X는 2015년 위로 접히며 열리는 '팔콘 윙' 디자인을 채택해 전기차가 얼마나 화려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상징적 모델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슬프지만 (모델 S·모델 X가) 명예로운 전역을 할 때"라며 이들 생산 기지를 옵티머스 로봇 제조 거점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모델 X./로이터 연합뉴스

테슬라를 대표하던 이들이지만, 출시된지 상당 기간이 지난 최근에는 판매량 저하를 피하지 못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총 163만6000대를 판매했다. '모델 Y'(106만5000대)와 '모델 3′(52만대)가 전체 판매량의 96.7%를 차지한 것을 보면, 모델 S와 모델 X의 존재감은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모델 S와 모델 X 모두 1억원대 차량인데, 실내 소재나 마감 품질 등을 고려하면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를 선택하는 것이 낫다는 평가가 있다"고 했다.

모델 S와 모델 X가 미국에서만 생산된다는 점도 리스크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각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에 보복 관세를 들이미는 국가들이 생겼다. 테슬라의 최대 시장, 중국이 대표적이다. 보조금 폐지로 미국 전기차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도 기업의 효율성을 부각시켜 모델 S와 모델 X와 같은 비인기 차량의 단종을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 차량의 단종 소식에 한국 소비자들은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에서도 모델 3와 모델 Y에 비하면 모델 S와 모델 X 판매량이 많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테슬라가 한국에서 감독형 FSD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이들 차량을 보는 소비자의 시각이 달라졌다. 한국에 출시된 테슬라 차량 중 감독형 FSD를 이용할 수 있는 차량은 모델 S와 모델 X, 사이버트럭 세 가지 뿐이다. 미래형 픽업트럭인 사이버트럭은 일상에서 이용하기 부담스러운 만큼, FSD를 원하는 소비자의 선택지는 모델 S와 모델 X로 좁혀진 상황이다.

이에 지난해 말부터 모델 S와 모델 X의 판매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모델 S는 지난해 7~10월 단 한 대도 팔리지 않았지만, 11월 2대에서 12월 38대, 올해 1월 140대로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모델 X 역시 지난해 하반기 들어 10월 판매된 한 대가 전부였다가, 11월 6대로 시작해 12월 138대까지 늘었다. 올해 1월엔 211대로 판매량이 치솟았다.

그래픽=손민균

소비자들의 반응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고 있다. 먼저 단종되기 전 모델 S와 모델 X 구매를 앞당겨야 한다는 이들이 있다. 최소 수년간 한국에서 FSD를 이용할 수 있는 차량은 모델 S와 모델 X가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모델 X를 예약했다는 한 소비자는 "모델 3와 모델 Y는 중국산이라 이들 차량으로 FSD를 이용하려면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며 "규제가 완화돼도 미국산 모델 S와 모델 X보다 FSD 기능이 제한적일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테슬라가 곧 FSD를 일시불 방식에서 구독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점도 모델 S와 모델 X의 판매량을 높이는 요인이다. 지금은 차량을 구매할 때 약 900만원을 주고 FSD 옵션을 구매하면, 차량에 FSD가 귀속돼 차주가 바뀌어도 그 차량은 영구적으로 FSD를 쓸 수 있다. 하지만 머스크 발표대로 오는 14일부터 월 구독 방식으로 전환되면, 차주의 구독 여부에 따라 FSD 이용 여부가 나뉜다. 테슬라 이용 기간이나 구독제 요금 상승 등에 따라 차주의 부담이 일시불 방식보다 커질 수 있다.

반면 모델 S와 모델 X 예약을 취소하겠다는 반응도 있다. 한 소비자는 "당장 2~3년은 괜찮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업데이트가 막히고 부품 수급이 어려워질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모델 S와 모델 X의 경우 프리미엄 라인인 만큼 단독 부품이 많은 편으로 알려졌다. 모델 X의 팔콘 윙 부품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문 디자인은 테슬라 내 모델 X가 유일하다.

모델 S와 모델 X의 단종을 계기로 테슬라의 대중적 이미지가 한층 강해질 것이라는 점도 소비자들이 고민하는 부분이다. 테슬라는 지난달 모델 3의 스탠다드 RWD와 프리미엄 롱레인지 RWD 국내 판매 가격을 각각 4199만원, 5299만원으로 인하했다. 국고 보조금과 지자체 보조금 등을 합하면 스탠다드 RWD 모델을 300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모델 Y도 지난해 300만원가량 인하되면서 5000만원 초반에 살 수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는 전기차 중에서도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데, 인기 모델의 가격이 내려가고 고급 모델까지 사라지면 '대중 보급차'라는 이미지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