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가 현대차·기아의 의존도를 낮추고 있지만, 여전히 75%에 달하는 높은 수준을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휴머노이드 로봇 부품의 경우에도 계열사인 보스턴 다이나믹스에서 우선 사용될 가능성이 큰 만큼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는 첨단 전동화 부품 등을 중심으로 해외 수주를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현대모비스의 매출에서 현대차·기아의 비중은 각각 39%, 36%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현대차는 1.7%포인트 낮아졌지만, 기아는 0.8%포인트 올랐다.
지난 2024년 현대모비스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현대차가 41.2%, 기아가 34.9%였다. 2023년에 현대차·기아가 각각 43%, 35.3%였던 것을 감안하면 매년 조금씩 의존도가 낮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현대차·기아의 비중이 75%선으로 높은 것이다.
현대차·기아에 대한 매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현대모비스의 핵심 과제다. 현대모비스는 오랜 기간 이어져 온 현대차그룹의 수직계열화 덕분에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대차·기아가 사업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동반 부진에 빠질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2010년대 후반 현대차·기아의 판매량이 급감하자 현대모비스의 실적도 악화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기아를 제외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사업을 수주하는데 주력해 왔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023년 메르세데스-벤츠에 전기차 섀시 모듈을 공급하기로 했고, 폴크스바겐에는 전용 전기차 배터리 시스템 어셈블리(BSA)를 공급하기로 했다. 스텔란티스에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용 BSA를 공급하고 있다. 이 밖에도 중국·일본 업체 등과도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잇따른 해외 수주에도 계열사 매출 비중이 줄어들지 않았던 것은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판매량이 계속 늘었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비(非)계열사 수주와 매출도 많이 늘었지만,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판매량이 훨씬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로봇 부품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휴머노이드 로봇인 아틀라스를 대규모로 양산하게 되면 로봇 부품을 공급하는 현대모비스의 계열사 매출 비중이 단기적으로는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대모비스는 이달 초 현대차그룹의 로봇 자회사 보스턴 다이나믹스에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용 액추에이터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액추에이터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관절 역할을 하는 핵심부품으로 제조원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분석도 있다.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아틀라스를 양산해 관련 매출이 커질 경우 계열사 매출은 다시 커질 수밖에 없다.
현대모비스는 오는 2033년까지 비계열사의 매출 비중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글로벌 부품 시장을 더 적극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자동차 부품 분야에선 기계식이 아닌 바이 와이어(By Wire) 등 전동화 부품 시장에 집중한다. 바이 와이어는 기계적으로 작동하던 차량의 조향·제동 시스템을 전자식으로 대체하는 부품이다.
로봇 분야에서는 우선 보스턴 다이나믹스 납품을 통해 거둔 실적을 바탕으로 다른 로봇 제조사 전체로 납품처를 넓히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로봇 전담 조직인 '로보틱스사업추진실'을 신설하기도 했다. 현재 100여명 수준인 로보틱스 관련 인력도 늘릴 예정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전동화와 전장 등 핵심 부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차량용 반도체와 로보틱스 등 신사업 분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를 토대로 해외고객사 매출 비중을 2027년 20%, 2033년 40%까지 확대 달성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