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GM)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수입차 관세 부과에도 한국GM이 '전략적 요충지'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한국GM은 전체 생산량의 90%가량을 미국에 수출하는데, 관세로 인해 GM의 한국 의존도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바라 회장은 지난해 GM이 한국에 대한 관세 인하와 한국 생산 모델의 성공 덕에 좋은 실적을 올렸다며 한국 사업장에 힘을 실어줬다. 나아가 한국에 대한 관세는 15%로 결정될 것이고, 자율주행 서비스 '슈퍼 크루즈' 사업도 한국에서 확장하겠다고 했다.

바라 회장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각) 2025년 4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지난해 4분기 중 강력한 실행력과 더불어 한국 관세율 인하와 같은 유리한 정책적 변화에 힘입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GM의 지난해 조정 영업이익은 127억달러(약 18조5400억원)로, GM이 제시한 연간 목표치(120억~130억달러)를 무난히 달성했다.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수입차 관세는 지난해 11월 25%에서 15%로 낮아진 바 있다.

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GM) 회장./로이터 연합뉴스

바라 회장은 한국에서 생산된 모델이 이번 실적에 크게 기여했다고도 했다. 그는 "쉐보레 트랙스와 뷰익 엔비스타와 같은 소형 크로스오버 모델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며 "쉐보레 트랙스가 (미국 유력 자동차 전문 매체) 카 앤 드라이버의 '10대 베스트카'에 3년 연속 선정된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쉐보레 트랙스와 뷰익 엔비스타 모두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한다. 특히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지난해에만 29만6658대 수출돼 현대차·기아 차종을 제치고 최다 수출 모델에 오르기도 했다.

바라 회장의 이러한 언급은 최근 한국GM을 둘러싼 우려와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한국GM의 생산량 중 90%가량이 미국으로 수출되는 만큼, 관세가 부과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노조와의 갈등도 회사 입장에선 골칫거리다. 이에 GM이 한국 생산량을 줄이고, 최근 직영 서비스센터 폐쇄를 시작으로 결국 한국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GM의 한국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한국GM의 생산량은 코로나19 기간이었던 2021년 22만3623대로 저점을 찍은 이후, 2022년 25만8260대, 2023년 46만4648대, 2024년 49만4072대 등 증가세를 보여왔다. 지난해 생산량은 46만826대로 소폭 감소했는데, 이는 노조 부분 파업으로 인한 영향이 컸다.

최근 GM은 한국 사업장에 "올해 풀 캐파(생산 능력 최대치)에 맞춰 50만대를 전부 생산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보다 8.5% 많은 수준으로, 부평·창원 공장을 쉬지 않고 돌려야 가능하다.

한국GM 부평 공장 전경./한국GM 제공

바라 회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부과할 자동차 관세가 15%로 정리될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그는 "한국 관세가 25%로 다시 인상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는 지적에 "각국이 10월에 협상하고 합의한 거래를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법적 승인을 받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저희는 (관세) 15%를 예상하고 있고, 만약 15%에 미치지 못하는 기간이 생긴다면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폴 제이콥슨 GM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 역시 올해 관세 비용을 30억~40억달러로 예상하며 "한국에 대한 관세 인하가 (비용을) 부분적으로 상쇄할 것"이라고 했다.

바라 회장이 GM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핸즈프리 자율주행 서비스 '슈퍼 크루즈' 확장 국가로 한국을 콕 집은 것도 의미가 있는 대목이다. 그는 "올해 북미 지역에서 슈퍼 크루즈 사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고, 한국과 중동, 유럽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현재 한국GM 차량 중 슈퍼 크루즈를 이용할 수 있는 차량은 캐딜락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에스컬레이드 IQ가 유일하다. 한국GM 관계자는 "에스컬레이드 가솔린 모델과 GMC 대형 SUV 아카디아도 슈퍼 크루즈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