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이 인도 국민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홈 브랜드' 전략을 내세운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인도 투입 차종을 고심하고 있다. 당장은 인도가 도로나 소득 등 현지 여건상 세단보다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대형보다는 소형을 선호하는 만큼, 소형 SUV를 중심으로 판매 전략을 세웠다. 현대차그룹은 세계 3위 시장이 된 인도를 선점하기 위해 향후 중·대형 차량에다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까지 라인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3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는 오는 2027년 인도 공식 출시를 목표로 현지 전략 차종을 개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최초의 인도 특화 전기차가 될 이 차량의 차급은 경형 SUV로, 캐스퍼 일렉트릭이 아닌 다른 모델이다. 현대차는 인도의 현지 공급망을 활용해 이 차량의 개발을 끝낼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인도 고객들이 선호하는 디자인과 상품성을 갖춘 차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와 경쟁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3일 서울 중구 DDP 아트홀에서 열린 '디 올 뉴 셀토스 미디어 데이'에서 국내 대표 소형 SUV '디 올 뉴 셀토스' 차량이 공개되고 있다. /뉴스1

현대차그룹에 인도는 현재 미국, 한국, 유럽에 이은 네 번째 시장이다. 인도자동차공업협회(SIAM)에 따르면 인도 승용차 시장은 올해 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SIAM은 아직 인도 국민의 자동차 보유율은 낮지만, 매년 소득이 증가하고 있는 데다, 도심 재개발 확대 등으로 인해 승용차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봤다. 현대차는 인도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전략 차종을 투입해 미국에 이은 두 번째 판매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기아(000270)가 제시한 올해 인도 시장 목표 성장률은 각각 3.1%·7.8%다. 현대차는 작년 57만5000대에서 59만2000대까지, 기아는 작년 20만8000대에서 30만2000대까지 판매량을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기아(000270)는 6년 만에 완전 변경(풀체인지)된 셀토스를 한국보다 인도에 먼저 투입했다. 소형 SUV의 선호도가 높은 만큼, 판매량을 높이려는 전략이었다. 지난해 인도에서 판매된 승용차 448만대 중 SUV는 254만대였다. 셀토스는 작년 인도에서 7만1200대 팔린 인기 모델이다. 10만3879대 판매된 소넷(인도 전략 모델)에 이어 기아의 판매 모델 중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기아는 셀토스의 인도 판매 목표치를 10만대로 제시한 바 있다.

현대차가 올해 인도에 신차를 투입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라인업 확대 기조는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인도에 신차(연식 변경 등 포함) 26개 모델을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현대차는 글로벌 인기 모델인 대형 SUV 팰리세이드 투입을 검토하고 있다. 당초 올해 투입하기로 했지만, 소형 SUV 선호도가 워낙 높아 상황을 지켜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인도는 비포장도로가 많아 노면 충격을 줄이는 SUV 선호도가 높다"며 "특히 좁은 도로가 많고 자동차세 또한 높아서 소형 SUV를 더 선호하는 국가"라고 말했다.

제네시스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제네시스 인도법인을 세운 바 있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우선 법인을 만들어 둔 것으로, 진출 시점과 투입 차종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급 자동차 시장은 약 5만대 수준으로 아직 규모가 다른 선진 시장에 비해 작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 측은 "인도를 거점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점유율을 높이는데 집중할 것"이라며 "반조립 제품(CKD) 생산을 늘려가며 제품 원가를 낮추는 전략도 병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