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자동차를 6만대 가까이 팔며 수입차 3위까지 올라온 테슬라가 연초부터 가격 인하로 국내 시장 장악력을 키우는 가운데 현재 사용할 수 없는 옵션까지 판매를 지속해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공정거래위원회도 사안을 들여다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되는 차종은 중국에서 생산해 들여오는 모델3와 모델Y다. 이 차종은 국내에서 감독형 완전자율주행(FSD·Full Self-Driving)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 그럼에도 테슬라는 앞으로 사용할 수 있게 정책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며 1000만원 가까운 돈을 미리 받고 이 옵션을 판매하는 중이다. 과거 이 옵션을 구매하고 수년째 기능을 사용하지 못한 고객들이 소송까지 낸 상태임에도 판매 정책에 변화가 없는 것이다.
22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코리아는 모델3와 모델Y를 구매할 때 오토파일럿 패키지 중 감독형 FSD 옵션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옵션의 가격은 904만3000원이다. 감독형 FSD는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한다는 조건 하에 스티어링휠에서 손을 뗀 채 주행하는 레벨2 자율주행 기능이다.
모델3와 모델Y는 아직 국내에서 감독형 FSD를 이용할 수 없는 차종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산 차량은 국내 안전 기준과 달라도 '자기 인증' 방식으로 국내에서도 FSD 기능을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다. 테슬라코리아는 지난해 11월부터 미국산 차량인 모델S와 모델X, 사이버트럭에 감독형 FSD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산인 모델3와 모델Y는 유럽 안전 기준을 따르기 때문에 국내에서 별도로 인증을 받아야 한다. 현행 도로교통법 48조는 운전자가 운전대에서 손을 떼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테슬라코리아는 향후 모델3와 모델Y에도 감독형 FSD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감독형 FSD 옵션 판매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테슬라 홈페이지는 "향상된 오토파일럿 기능을 포함하며, 향후 업데이트를 통해 차량이 최소한의 운전자 개입으로 거의 모든 도로에서 스스로 주행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안내 중이다. 구체적인 FSD 도입 목표 시점은 제시하지 않았다.
매장 직원들 역시 비슷하게 안내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 테슬라 매장에서 만난 한 직원은 "우리 정부가 미국 기준을 인정했던 것처럼 중국산 차량에 적용된 유럽 안전 기준을 인정하면 당장 내일부터라도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규제가 확실하게 완화될 것이라 보고 일단 감독형 FSD 옵션을 구매하는 고객이 꽤 있다"며 "태국에도 중국산 테슬라가 들어가는데, 최근 규제가 완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태국 내 FSD 규제 완화 여부에 대해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이 직원은 "언제 규제가 완화될지는 알 수 없고, 구매 후에는 환불이 어렵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테슬라코리아의 안내에 따라 감독형 FSD가 도입될 것이라 믿고 모델3, 모델Y를 구매한 소비자들 가운데 일부는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024년 12월 테슬라 차주 98명은 테슬라코리아를 상대로 매매 대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도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테슬라코리아는 구체적인 FSD 적용 시점에 대한 약정이 없었던 데다, 국내에서도 당국의 정책 변화에 따라 언제든 적용을 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차주들의 보상 요구에 맞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테슬라 차주는 "구체적 제공 시기에 대한 약정도 없이, 당장 규제 때문에 사용할 수도 없는 옵션을 왜 판매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테슬라코리아의 이러한 행위가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하는지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테슬라 차주가 국민 신문고에 테슬라코리아가 거짓 광고를 하며 감독형 FSD 옵션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고 민원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테슬라코리아의 행위가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는 점이 인정될 경우, 공정위는 관련 매출액의 최대 2% 또는 최대 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테슬라코리아가 올해부터 모델3와 모델Y에서 감독형 FSD 옵션을 선택할 때 "풀 셀프 드라이빙(감독형)은 모든 차량에 적용되는 기능이 아니며, 일부 대상 차량에 한하여 적용됩니다"라는 안내 문구를 추가한 것도 이러한 공정위의 조사 등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모델3와 모델Y가 감독형 FSD 옵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은 여전히 명시되지 않은 상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테슬라코리아의 이러한 행위는 앞으로 감독형 FSD가 도입될 것이라는 '희망 고문'을 통해 테슬라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겠다는 목적으로 해석된다"며 "섣불리 구매했다가 낭패를 보지 않도록 소비자들이 더 세심하게 제품 정보를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