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모셔널 테크니컬 센터 주차장. 아이오닉5 로보택시에 뒷좌석에 앉아 정면 디스플레이의 스타트 버튼을 누르니 차량이 서서히 출발했다. 주차장을 나와 4차선 도로로 합류하는 지점을 5m쯤 앞두고 우측 방향지시등이 점등됐다. 신호등이 없는 삼거리였다.
차량은 우회전 직전에 잠시 멈추더니 곧장 속도를 내 합류했다. 사람 운전자가 우회전하기 전 좌측에서 오는 차량을 확인한 뒤 움직이는 것과 같은 리듬이었다. 합류가 더디다는 느낌 없이 매끄럽게 주 도로에 올라선 이 차량은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합작 법인 모셔널이 개발한 자율주행 택시다.
약 40분에 걸쳐 모셔널 테크니컬 센터부터 라스베이거스 타운스퀘어와 스트립 남단, 만달레이 베이 호텔을 지나 다시 센터로 돌아오는 약 14㎞ 구간을 시승했다. 올해 말 본격 상용화 전까지 시범 운행을 할 예정인 이 차에는 운전 요원이 운전석에 탑승해 있었지만, 시승 과정 중 운전에 개입한 적은 없었다.
취재진이 탄 아이오닉5 로보택시는 대로를 지나 타운스퀘어로 진입하면서 속도를 시속 15㎞ 수준으로 낮췄다. 좌회전을 시작한 중간에 사람이 횡단보도에 들어오자 로보택시는 스티어링 휠을 튼 채 멈춰 섰다. 이 사람이 90%쯤 건너자 속도를 올려 지나갔다.
주행 중 신호등이 적색에서 녹색으로 바뀌자, 차량은 감속하다 다시 속도를 높이는 게 자연스러웠다. 3차선 주행 중 공사 현장을 맞닥뜨리자, 약 70m 전에 방향지시등을 켠 뒤 2차선 도로로 합류했다.
아이오닉5 로보택시가 이처럼 상황 인식과 대처가 자연스러운 건 차에 달린 29개의 센서 덕분이다. 상단에 부착된 장거리 라이다 1개 등 차량 곳곳에 카메라 13개와 레이더 11개, 단거리 라이다 4개가 부착돼 있다.
앞으로 이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은 모셔널의 과제다. 센서 비용을 낮춰야 상용화가 가능해서다. 로라 메이저 모셔널 최고경영자(CEO)는 "하드웨어 비용은 떨어지고 있고, 멀티 센서는 안전에 필수"라며 "그럼에도 카메라와 레이더를 통합하는 등 여러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안전을 우선해 차량을 설정하다보니 때로는 주행이 과도하게 소극적이라는 느낌도 받았다. 예들 들어 타운스퀘어에서 나오던 중 반대편 차로에 한 차량이 멈춰 있었던 상황이 그랬다.
이 차량과 아이오닉5 로보택시는 서로를 인식한 듯 잠시 기다렸다. 이내 아이오닉5 로보택시가 서서히 시속 10㎞까지 속도를 높이는 가운데 해당 차량이 유턴을 하자, 아이오닉5 로보택시는 급정거를 했다. 유턴 차량과 거리가 상당했는데 응급 상황으로 인식한 듯했다.
◇로보택시, 데이터 확인 및 전송·센서 점검 후 운행
취재진이 탑승했던 아이오닉5 로보택시는 실시간으로 모셔널 테크니컬 센터 내 관제 센터에 있는 20m 크기의 대형 화면에 아이콘 형태로 표시된다. 또 차량 ID와 운행 상태 등도 실시간으로 나타난다.
이곳의 운영 요원들은 대형 화면과 자신의 모니터를 확인하며 차량의 영상과 센서 인식 화면 등을 확인했다. 애덤 그리핀 모셔널 운영 담당 부사장은 "관제 센터의 역할은 차량을 지속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경우 판단을 보조한다"고 했다.
주행이 끝난 차량은 지정된 주차 구역으로 들어간다. 엔지니어들은 이곳에서 트렁크를 열어 진단 장비를 연결한 뒤 각종 센서 상태를 확인한다. 데이브 슈웽키 소프트웨어 담당 부사장은 "자율주행 차량은 하루 평균 수 테라바이트의 데이터를 생성한다"며 "데이터에 누락이 생기면 주행 판단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데이터 이상 여부를 먼저 확인한다"고 했다. 충전기를 차량에 연결하면 주행 데이터가 서버로 전송된다.
차고 한편에는 캘리브레이션룸이 있다. 29개의 센서를 점검하고 보정하는 공간이다. 이 과정을 거친 차량만 다시 도심 주행에 투입된다. 주행할 때마다 점검하는 것은 아니고 일정 간격으로 점검을 진행한다.
모셔널은 라스베이거스와 피츠버그에서 이 로보택시를 24시간 운행하며 데이터를 확보하는 중이다. 메이저 CEO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무인 자율주행의 상용화를 본격 시작할 것"이라며 "그 전까지 모든 테스트를 완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