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 무대 왼쪽 커튼이 걷히자 현대차그룹의 휴머노이드 로봇인 '아틀라스'가 등장했다. 자연스러운 걸음으로 무대 정중앙으로 이동한 뒤 관객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한 아틀라스는 무대 전면으로 뚜벅뚜벅 걸어왔다. 얼굴과 몸통별로 360도 회전한 뒤 팔을 들어 높이 있는 물건을 집는 듯한 모습과 바닥에서 들어 올리는 모습을 차례로 보여줬다.

현대차그룹이 5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컨벤션 센터에서 CES 2026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 데이를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공개했다. 영상은 이날 현장에서 진행된 아틀라스 연구형 모델의 시연. /김지환 기자

세계 최대 전자제품 박람회인 CES 2026을 앞두고 이날 열린 현대차그룹의 미디어데이를 가장 뜨겁게 달군 것은 자회사인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개발한 아틀라스였다. 아틀라스가 움직이자 810여명 규모의 관객석에서는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사람처럼 걷고 사람보다 유연한 움직임을 보여준 아틀라스는 '연구형 모델'이다. 연구형 아틀라스가 파란색과 검은색으로 디자인된 아틀라스의 '개발형 모델'을 소개하며 시연은 마무리됐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이날 미디어데이 행사가 끝난 뒤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로봇을 상용화하는데 그룹 차원에서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로봇 기술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느냐"라며 "제조와 물류 현장에서 검증하고, 그룹 밸류체인 전반에서 시너지를 내는 것이 상용화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아틀라스는 오는 2028년부터 현대차그룹의 미국 조지아주 친환경차 전용 공장인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투입된다. 부품을 옮기거나 자동차를 조립 라인에 올려놓는 역할이지만, 2030년부터는 자동차의 최종 조립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로버트 플레이터 최고경영자(CEO)는 "안전성을 지키면서 로봇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그 시작으로 공장이 가장 적합하다"며 "공장에서 로봇을 활용해 본 뒤 노년층이나 어린이 등 인간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역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 (현대차그룹 제공)

보스턴 다이나믹스와 구글 딥마인드의 전략적 파트너십은 로봇 상용화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장 부회장은 "(양사 파트너십의) 핵심은 휴머노이드를 어떻게 대량 생산하고 상용화할 것인가"라며 "현대차그룹의 제조 역량,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로봇 기술, 구글 딥마인드의 AI가 결합하는 구조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로보틱스 분야에서 후발 주자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플레이터 CEO는 "보스턴 다이나믹스는 현재 '스팟' 등의 로봇을 판매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미 로봇을 대량 생산하는 단계에 들어섰으며, 아틀라스 역시 대량 투입을 전제로 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앞으로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오히려 로봇이 인간과의 협업에서 많은 장점을 보여줄 것이라고 반박했다. 장 부회장은 "사람들은 단순히 반복되는 작업이나 위험한 작업 등은 기피할 것"이라며 "이런 쪽에 로봇을 투입하면서 새로운 일거리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그룹 전체가 어떻게 움직일지 답을 계속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로버트 플레이터 보스턴 다이나믹스 CEO. /현대차그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