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완성차 업체들의 판매 실적이 각자의 가격 정책에 따라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고율의 관세를 가격에 반영하지 않은 도요타와 현대차·기아 등은 판매량이 크게 늘어난 반면 가격을 올린 폴크스바겐은 두 자릿수의 판매 감소율을 보였다.

도요타 북미 법인은 5일(현지 시각) 지난해 판매량이 214만7811대로 전년 대비 8.1%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17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대표 세단 모델인 코롤라 하이브리드·캠리 하이브리드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코롤라 크로스, 4러너 하이브리드, 라브4 등이 줄줄이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그래픽=정서희

현대차(005380)기아(000270)는 지난해 각각 90만1686대, 85만2155대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7.8%, 7.0%씩 증가한 것이다. 두 브랜드 모두 3년 연속 판매 신기록을 기록했다.

이 밖에 혼다는 전년보다 0.4% 늘어난 129만7144대를 판매했고, 닛산도 87만3307대로 0.9% 증가했다.

반면 폴크스바겐은 지난해 판매량이 32만9813대로 전년 대비 13% 급감했다. 2022년 이후 3년 만에 판매량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폴크스바겐은 2023년에는 9.3%, 2024년에는 15.0% 각각 성장했었다.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 일렉트렉은 "지난해 미국 완성차 시장은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지만, 폴크스바겐은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판매량은 1620만대로 전년 대비 2.4% 늘었다.

완성차 업체들의 희비를 가른 요인은 가격 인상 여부였다. 폴크스바겐은 지난해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든 수입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자 이를 소비자 가격에 반영했다. 지난해 9월 폴크스바겐의 모델별 가격은 2.9~6.5%씩 인상됐다.

폴크스바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미국 판매량 중 현지 생산분(20만대)은 멕시코(28만7000대)와 독일(24만대) 수입분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관세 영향을 그만큼 많이 받는 구조다.

반면 도요타와 현대차·기아 등 다른 브랜드들은 지난해 가격을 올리지 않고 버텼다. 그 결과 아직까지 미국 자동차 가격에 관세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JD파워는 지난해 12월 신차 평균 소매 가격이 4만7104달러(약 6800만원)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 상승하는데 그쳤다고 전했다.

다만 현대차·기아와 도요타 등도 올해는 관세를 반영해 가격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의 경우 미국 판매량의 약 23%가 일본산(産)이고, 28%는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만들어 공급한다.

데이비드 크리스트 도요타 브랜드 북미 사업 총괄은 "미·일 무역 협상을 타결해 관세를 15%로 낮췄지만,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기는 어렵다"며 "어떤 브랜드도 관세를 반영하지 않는 가격으로 계속 버틸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요타는 올해 2~3번에 걸친 가격 인상이 있을 수 있다고 예고했다.

이에 따라 올해 미국 자동차 시장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콕스오토모티브는 경기 성장 둔화와 전기차 보조금 종료 등으로 수요가 줄어 연간 자동차 판매량이 2.4%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완성차 전문 정보업체 에드먼즈도 관세 관련 비용 증가와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올해 판매량이 보합세를 유지하거나 소폭 감소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