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인공지능(AI) 로보틱스로의 전환을 5일(현지 시각) 선언했다. 부품을 조립하는 로봇 팔을 넘어, 고도화된 AI를 탑재한 인간형 로봇이 사람과 협력하는 형태의 제조 환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쇳물부터 완성차까지 다양한 제조 현장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AI 학습에 쓰고, 이를 다시 제품에 적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피지컬 AI 기술 내재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컨벤션 센터에서 세계 최대 전자제품 박람회 CES 2026을 앞두고 'AI 로보틱스, 실험실을 넘어 삶으로'라는 주제로 미디어데이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과 호세 무뇨스 현대차(005380) 사장, 정준철 현대차 제조부문장(사장), 로버트 플레이터 보스턴 다이나믹스 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

현대차그룹 제공

◇로봇 아틀라스, 제조 환경 전환 선봉에

현대차그룹 AI 로보틱스 시대의 첫발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다. 현대차그룹과 보스턴 다이나믹스는 이번 CES 2026에서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의 연구형·개발형 모델을 공개했다. 아틀라스 연구형 모델은 핵심 기능을 시험하기 위해 만들어진 초기 모델이다. 인간형 로봇인 아틀라스가 360도 회전하는 관절을 갖고 있어 자연스러운 보행이 가능하다.

핵심은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이다. 이번 CES 2026에서 최초 공개되는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연구형 모델을 통해 오랜 기간 학습한 제품인 만큼, 실제 제조 현장에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모델이라고 현대차그룹은 설명했다. 특히 하루 만에 자재 취급이나 정밀 조립 등의 작업을 학습하는 데다 배터리가 부족하면 스스로 충전하거나 배터리를 교체해 작업을 이어갈 수 있다.

현대차그룹이 5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컨벤션 센터에서 CES 2026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 데이를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공개했다. 영상은 이날 현장에서 진행된 아틀라스 연구형 모델의 시연. /김지환 기자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은 56개의 자유도(DoF·시스템이 독립적으로 움직이거나 변할 수 있는 개수)를 갖고 있다. 아틀라스의 대부분 관절이 완전히 회전할 수 있다. 사람과 유사한 크기의 손에 촉각 센서가 있고, 360도 카메라로 모든 방향을 인식한다. 또 최대 50㎏ 무게를 들 수 있고, 2.3m 높이까지 도달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을 양산형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피지컬 AI 시장에서 휴머노이드가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을 투입한다.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은 부품 분류 작업 등 안전과 품질 효과가 검증된 공정에 우선 적용되고, 2030년부턴 부품 조립까지 작업 범위를 넓힌다. 궁극적으로 신체적 피로도가 높은 정밀 작업을 수행하는 등 인간이 하기 어려운 일을 대신한다. 인간은 로봇을 학습·관리하며 더욱 고부가가치 업무를 수행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3월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에 참석해 환영사를 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올해부터 5년간 125.2조 투자… AI 로보틱스에 집중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2030년까지 AI 로보틱스 생태계 구축을 위해 국내에만 총 125조2000억원을 투자한다. 국내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AI 로보틱스를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국내 로보틱스 생태계 조성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또 국내에 피지컬 AI 생태계를 담당할 '현대차그룹 피지컬 AI 애플리케이션 센터' 설립을 추진한다. 피지컬 AI를 활용한 로봇 기술을 바탕으로 '로봇 완성품 제조 및 파운드리 공장'도 함께 조성한다. 아틀라스와 피지컬 AI 센터를 바탕으로 현대차그룹은 모빌리티부터 로보틱스까지 다양한 영역으로 산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외에도 현대차그룹은 작년부터 4년간 미국에 260억달러(약 38조원)를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협업으로 로봇은 물론, AI와 자율주행 등 미래 신기술 관련 미국 기업들과 협력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또 2028년까지 연간 3만대 로봇을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인데, 이 시설을 미국 내 로봇 생산 허브로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사람 중심의 자동화를 통해 인간과 로봇의 조화로운 협업 및 공존 관계를 형성하겠다"며 "로봇 상용화를 위한 기틀을 다지는 데 앞장설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