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타이어 3사가 올해 매출 증가에도 영업이익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알짜' 시장으로 분류되던 미국에서 관세 직격탄을 맞은 데 따른 것이다. 타이어 업계는 미국·유럽 공장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수익성이 높은 고인치·전기차 타이어를 공략하는 방식으로 수익성 회복에 나섰다.

2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사 전망치에 따르면, 타이어 3사의 올해 합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72.8% 증가한 29조178억원으로 추정됐다. 반면 같은 기간 이들의 영업이익은 2조5230억원에서 2조4928억원으로 오히려 1.2%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영업이익이 매출 성장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픽=손민균

사별로 나눠 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161390)의 경우 매출이 지난해 9조4119억원에서 올해 21조1358억원으로 124.6% 급증하지만, 영업이익은 1조7623억원에서 1조7899억원으로 1.6%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추산됐다.

다만 올해부터 한국타이어 실적에 한온시스템(018880)이 편입된 만큼 타이어 부문만 떼어볼 필요가 있다. 한국타이어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누적 타이어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조5648억원, 1조1991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7.0% 감소한 것이다. 4분기를 포함해도 흐름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 금호타이어(073240)는 매출이 4.6% 증가하지만 영업이익은 9.8%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고, 넥센타이어(002350)도 매출은 10.4% 늘어나는 반면 영업이익은 0.1%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타이어 미국테네시 공장 전경. / 한국타이어 제공

국내 타이어 업계의 수익성을 주저앉힌 최대 요인은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자동차 부품에 부과한 25% 관세다. 유럽이 국내 타이어 업계의 최대 매출처이긴 하지만, 이익은 미국 의존도가 높다. 중소형 차량을 주로 이용하는 유럽과 달리, 픽업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큰 타이어를 쓰는 대형 차량이 상대적으로 많아서다. 수익성 높은 18인치 이상 고인치 타이어의 매출 비율이 유럽은 20~30% 선이지만, 미국은 50%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가 부과된 이후 업계 전반적으로 판매 가격을 올렸지만 이마저도 10% 안팎이라 25% 관세를 상쇄하지 못했고, 15%로 관세가 낮아진 이후에도 마찬가지"라며 "유통 구조가 복잡하다 보니 실제 가격 인상분이 반영되기까지도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올해 원재료나 운임 등 다른 비용은 안정적이었고 업황도 나쁘지 않았다"며 "관세 부과 전 재고를 보유하고 있었다 해도 최소 한 분기 이상은 관세 영향을 고스란히 받았다"고 했다.

개별 기업 악재도 잇따랐다. 금호타이어의 경우 지난 5월 전국 생산량의 약 40%를 담당하던 광주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대규모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화재 발생 6개월 만인 지난달에서야 부분적으로 생산을 재개했다. 광주 공장은 2027년까지 전남 함평으로 이전할 예정인데, 1단계 건설 사업에만 총 6609억원이 투입된다. 한국타이어는 그룹 총수인 조현범 한국앤컴퍼니(000240) 회장이 지난 5월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되면서 그룹 전반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타이어 업계는 해외 생산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한국타이어는 미국 테네시 공장의 증설을 마무리 중이다. 양산이 본격화하면 이곳의 연간 생산량은 1200만본으로 이전보다 두 배 넘게 뛴다. 헝가리 공장엔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연간 80만본의 대형 트럭·버스 타이어 라인을 증설 중이다.

금호타이어는 최근 폴란드 신공장 건설을 확정했고, 넥센타이어는 체코 공장에서 연간 550만 본의 타이어를 추가 생산하는 증설 작업을 모두 마쳤다. 내년 초까지 가동률을 100%로 올리는 것이 목표다.

특히 유럽 전기차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타이어 업계에 기회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올해 1∼10월 유럽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전년 동기 대비 26.2% 증가한 202만2173대를 기록, 역대 가장 빠른 판매 속도를 보이고 있다. 내연기관차 타이어 교체 주기는 4~5년이지만,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무겁고 가속력이 높아 교체 주기가 3~4년으로 짧다. 여기에 전기차 타이어는 기본 19인치부터 시작한다는 점도 수익성을 높여주는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장 증·건설 초기에는 시설 투자비와 인건비를 투입해야 하고 가동률도 낮아 수익성이 좋지 않다"면서도 "가동률이 올라간 이후부터는 관세와 물류 비용 등을 줄일 수 있어 수익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