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입차 판매량이 사상 첫 30만대 돌파 고지를 목전에 뒀다. 시장 점유율도 20% 돌파가 유력해 수입차 대중화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BMW·메르세데스-벤츠·테슬라가 전체 시장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등 쏠림 현상이 명확한 데다, 중국 브랜드들의 진입으로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 업황은 여전히 흐리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월까지 누적된 수입차 신규 등록 대수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6.3% 증가한 27만8769대로 집계됐다. 최근 4년간 12월마다 2만3000~2만9000대씩 등록됐던 점을 고려하면, 연말엔 30만대 선으로 가뿐히 올라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987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처음으로, 이전 최대 기록은 2022년 세운 28만3435대였다.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도 20% 첫 돌파가 확실시된다. 연초인 1~4월까지만 15.9~18.9% 수준이었지만, 5월 이후로 10월까지 모두 20%대를 기록했다. 11월 신규 등록 대수가 전년 동기 대비 22% 급증한 데다 12월은 연말 프로모션이 집중되는 기간인 만큼, 남은 기간 점유율 역시 준수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1987년 한국 수입차 시장이 개방된 첫해, 전체 신규 등록 차량(24만9458대) 중 수입차가 10대(0.004%)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성장이다. 다만 2011년 처음 10만대를 넘어선 뒤 2015년 20만대를 돌파하기까지 4년밖에 걸리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30만대 고지는 다소 힘겹게 도착한 편이다.
자동차 5대 중 1대는 수입차인 세상이 열렸지만, 수입차 업계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성장의 과실이 골고루 나뉘지 않아서다. 수입차 통계에 포함되는 브랜드는 총 26개인데, 이 중 1~3위인 BMW(7만541대), 메르세데스-벤츠(6만260대), 테슬라(5만5595대)가 전체 신규 등록 대수의 66.9%를 차지한다. 나머지 23개 브랜드의 올해 11월까지 판매량은 많아야 1만대 초반이다.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2022년 스웨덴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가 한국에 진출했고, 올해 1월엔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인 중국 BYD가 '아토3'와 '씰' '씨라이언7' 등을 몰고 한국에 들어왔다. 내년엔 중국 지리자동차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가 신차를 본격 출시할 예정이고, 중국 샤오펑도 한국 진출을 예고한 상태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각 사가 추구하는 이미지가 모두 다르다고 하지만, 초고가 브랜드가 아니면 결국 비슷한 타깃을 두고 경쟁할 수밖에 없다"며 "전체 수입차 시장 규모가 커지긴 했지만, 업황이 나아졌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지커가 한국 시장에 내놓을 첫 차량은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7X'로 알려졌다. BMW 'iX3', 볼보 'EX60', BYD '씨라이언7' 등 상당수 브랜드의 같은 차급이 경쟁권이다.
일부 수입차는 연말 프로모션을 통해 막판 재고 소진과 점유율 확보에 나섰다. 혼다코리아는 중형 세단 '어코드 하이브리드' 구매 시 유류비 200만원 또는 최대 60개월 저금리 할부를 지원한다. 캐딜락은 전기 SUV '리릭' 구매 시 1700만원 현금 할인과 60개월 무이자 할부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고, 테슬라는 삼성카드(029780)와 협업해 '모델3 RWD'는 36개월 무이자, '모델Y' 등은 최대 60개월 저금리 할부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