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전체 계열사의 경영 전략 수립과 사업 관리를 맡는 총괄 컨트롤타워인 기획조정실의 수장으로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을 내정했다. 지금껏 기획조정 담당을 겸직했던 장재훈 부회장은 완성차 담당 업무에 주력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의 신임 기획조정실장으로 내정된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 /현대제철 제공

17일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이르면 18일 발표될 인사를 통해 서 사장을 신임 기획조정실장으로 임명할 계획이다. 후임 현대제철 사장으로는 이보룡 생산본부장(부사장)이 내정됐다.

서 사장은 현대차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통(通)으로 꼽힌다. 그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2013년 경영관리실장(이사대우)으로 임원 생활을 시작한 이후 현대차 회계관리실장(상무), 재경본부장(전무), 기획재경본부장(부사장) 등을 거쳐 2023년부터 현대제철 사장으로 일했다.

현대차그룹 기획조정실은 그룹 전체 사업의 밑그림을 그리고 인사와 재무, 투자 등을 총괄하는 핵심 조직이다. 과거 정몽구 회장 시절 그룹 '2인자'였던 김용환 전 부회장과 당시 재무통으로 꼽혔던 김걸 전 사장 등이 거쳤던 자리다. 지난해 말 김걸 전 사장이 물러난 후에는 장재훈 완성차 담당 부회장이 기획조정 담당 업무를 함께 해 왔다.

현대차그룹이 신임 기획조정실장으로 서 사장을 낙점한 것은 최근 악화되고 있는 수익성을 개선하고 부진한 연구개발(R&D) 부문에서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미국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미국이 지난 4월부터 수입차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현대차는 올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9.2% 감소한 2조5373억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기아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1조4622억원으로 49.2% 급감했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서도 뒤처지고 있다. 테슬라와 제너럴모터스(GM) 등이 완전한 형태에 가까운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고 있는 반면 현대차는 아직 원천기술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자회사인 포티투닷을 인수하고 최근 몇 년 간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이끌었던 송창현 전 사장은 이달 초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대규모 투자 계획도 연이어 잡혀 있다. 포스코와 손잡고 미국에 제철소를 건설하는데 총 58억달러(약 8조6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또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새로운 본사 사옥인 글로벌비즈니스컴플렉스(GBC)도 건설할 예정이다.

그룹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악화된 수익성을 회복하고 새로운 사업과 투자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안살림 관리에 정통한 인물이 기획조정 업무를 총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그룹을 대표하는 재무 전문가인 서 사장이 적임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