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2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모델 Y를 앞세운 테슬라의 독주 체제가 공고한 가운데, 전통의 독일 브랜드 BMW와 아우디가 각축전을 벌이고, 국내 진출 2년 차에 불과한 중국 BYD가 뒤를 바짝 추격하는 형국이다. 포르셰와 폴크스바겐도 전년 대비 판매량을 부쩍 늘리면서 잠재력을 과시하는 중이다.
9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와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테슬라는 총 5만5598대를 판매하며 전기차 시장을 휩쓸고 있다. 신형 모델 Y가 국내에 상륙하면서부터 판매량을 늘리더니, 6~10월 월평균 6950대 판매했다. 특히 지난 9월 판매 대수는 9069대였다. 지금까지 한 달 동안 판매량 9000대를 넘긴 수입차 브랜드는 없었다. 같은 달 모델 Y의 판매량은 7383대였는데, BMW 5시리즈와 벤츠 E클래스도 월 판매량 7000대를 넘긴 적은 없었다.
2위는 BMW가 차지하고 있다. BMW는 올해 11월까지 전기차 5316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5974대) 대비 11% 감소한 수치이지만 여전히 2위는 지키는 모습이다. BMW의 주력 전기차인 i5(M시리즈 포함)는 트림을 1개 늘리면서 1670대(작년 1272대)가 판매됐다. i4와 단종 수순을 밟은 iX3의 판매량이 급락한 것이 판매량 감소의 주된 원인이다. 지난해 11월까지 1210대가 팔렸던 i4의 판매량은 올해 622대였고, iX3의 판매량은 1666대에서 808대로 떨어졌다. BMW는 내년 신차를 출시해 판매량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차종을 대폭 확대한 아우디는 2위 BMW를 추격하고 있다. 아우디가 올해 11월까지 국내에 판매한 전기차 대수는 4352대다. 1년 전 같은 기간(3314대)보다 31% 증가한 수치다. 아우디의 판매량 증가는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Q4 e트론(스포트백 포함)이 이끌었다. 올해 2982대 판매됐다. 여기에 올해 출시된 중형 전기 SUV Q6 e트론(스포트백 포함)이 1040대 판매됐다. 아우디 주력 모델의 전기차 상품으로 기대를 모았던 A6 e트론의 올해 판매량은 139대로 다소 저조했다.
눈에 띄는 것은 중국 BYD의 약진이다. BYD는 올해 11월까지 국내에서 총 3791대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소형 전기 SUV 아토3가 2671대 판매됐고, 중형 SUV 씨라이언7이 2021대 판매됐다. 특히 씨라이언7은 11월 한 달간 680대 판매되면서 테슬라 모델 Y와 모델 3 다음으로 많이 팔린 수입 전기차가 됐다. 볼보 XC60이나 폴스타 4 등 동급 차종을 출시 3개월 만에 제친 것이다.
1억원이 넘는 포르셰의 판매량이 급상승한 점도 올해 수입 전기차 시장의 특징으로 꼽힌다. 포르셰의 올해 판매량은 3116대로 집계됐는데, 이는 작년 같은 기간(950대)보다 240% 늘어난 수치다. 올해 출시된 전기 SUV 마칸이 1390대 판매되며 흥행했고, 포르셰 브랜드의 첫 전기차인 타이칸 판매량은 1726대로 전년(915대) 대비 88% 증가했다. 내년 국내에서 포르셰 모델 중 가장 인기가 높은 카이엔의 전기차가 출시될 예정이어서 판매량은 더 늘 전망이다.
포르셰의 뒤를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 벤츠, 미니 등이 잇고 있다. 벤츠는 지난해 국내에서 전기차만 4506대를 판매하며 3위를 지켰었는데, 1년 새 판매량이 급감했다. 벤츠는 지난 10월까지 1655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벤츠는 내년 브랜드 대표 모델인 GLC의 전기차 모델을 내세워 판매량을 회복하겠다는 방침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는 벤츠를 비롯한 각 수입차 브랜드의 신차가 예정돼 있어 전기차 시장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