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시트가 햄스트링 부위에 진동을 주더니, 이내 차량은 1차선으로 이동했다. 2차선에 있는 다른 차량을 추월하자 차량은 다시 운전자에게 신호를 줬고 1차선으로 돌아왔다. 차선을 두 차례 바꾸는 동안 운전석 디스플레이에는 '자동 차선 변경', '변경 완료' 등 운행 현황이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곡선 주행, 내리막길 가리지 않고 운전자가 속도 버튼만 조작하면 차량이 스스로 다른 차를 추월했다. 모두 운전자의 손과 발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이뤄졌다.

에스컬레이드 IQ에 탑재된 슈퍼 크루즈 기능이 작동되는 모습. 슈퍼 크루즈 기능을 활성화하니 차량이 차선이 없어지는 차로를 인식하고 옆 차선으로 이동하고 있다. /김지환 기자

제네럴모터스(GM)의 자율주행 보조 기술 '슈퍼 크루즈'가 작동되는 모습이다. 한국GM은 이 기술을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에스컬레이드 IQ에 적용해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한국GM은 이를 위해 100억원을 들여 라이다 기반 고정밀 지도를 구성하는 '맵핑' 작업을 거쳤다. 현재는 맵핑이 이뤄진 국내 고속도로 및 주요 간선도로 2만3000여㎞ 구간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지난 3일 경기 고양시 일대 약 50㎞ 구간에서 에스컬레이드 IQ를 시승했다.

뒷바퀴를 최대 10도까지 움직일 수 있는 후륜 조향 기능 덕에 에스컬레이드 IQ가 대각선으로 움직이고 있다. /김지환 기자

자유로에 오르자 스티어링 휠 모양의 아이콘이 운전석 디스플레이에 표시됐다. 슈퍼 크루즈 작동이 가능하다는 신호다. 슈퍼 크루즈 작동의 마지막 단계인 'SET-/RES+' 버튼을 조작하자 초록색으로 바뀌더니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도 되는 상태가 됐다. 'SET-/RES+' 버튼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의 속도를 조절하는 버튼이다.

기자는 전방 차량을 추월하기 위해 SET-/RES+ 버튼으로 속도를 시속 100㎞까지 설정했다. 그러자 차량은 속도를 높여 1차선으로 이동했고, 앞 차를 추월한 뒤 다시 2차선으로 돌아왔다.

슈퍼 크루즈를 활성화 한 상태에서 운전자가 직접 차선 변경을 명령할 수도 있다. 방향 지시등을 조작하면 된다. 좌측 지시등을 켜면 좌측 차선으로, 우측을 켜면 우측 차선으로 이동하는 식이다. 4차선으로 이동하고자 우측 방향 지시등을 켜고 기다렸는데, 운전석 디스플레이에는 '차선 변경 중'이라고 표시됐다. 약 20여초 간 더 기다렸지만 차량은 공간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차선을 변경하지 못했다.

슈퍼 크루즈가 활성화 된 에스컬레이드 IQ 차량이 차선 변경을 하는 모습. /한국GM 제공

내리막 길과 곡선 차로에서도 슈퍼 크루즈는 안정적으로 중앙을 유지하고, 손이 자유롭다는 장점은 명확했다. 다만 이를 활성화기까지 조금 복잡하다는 건 단점으로 보인다. ACC 버튼과 슈퍼 크루즈 버튼을 순차적으로 누른 뒤 속도 버튼까지 조작해야 하며, 도로의 제한 속도에 운전자가 속도를 설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전방 주시는 필수다. 충전 케이블을 찾아 휴대 전화와 연결하는 등 잠시만 눈을 떼도 붉은색 경고등이 표시되며 '주의 산만'이라는 경고 문구가 나온다. 슈퍼 크루즈가 2단계 부분 자율주행에 해당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슈퍼 크루즈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하지 않으면 차량은 정지하고 슈퍼 크루즈 기능을 해제한다. 재시동을 해야 슈퍼 크루즈를 다시 사용할 수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안전을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에스컬레이드 IQ의 측면. /김지환 기자

승차감은 안정적이었다. 에스컬레이드 IQ는 차량 길이 5715㎜·높이 1935㎜·좌우 너비 2055㎜에 공차 중량만 4.2t(톤)에 이른다. 슈퍼 크루즈 기능은 이 거대한 차량이 시속 100㎞ 이상으로 달리고 있음에도 안정적으로 차선 중앙을 맞췄다. 속도를 보지 않으면 제 속도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편안했다. 울퉁불퉁한 노면과 방지턱을 넘는 상황에서도 울컥거림이 덜했다. 에스컬레이드 IQ에는 에어 서스펜션이 적용돼 있다. 또 최대 10도까지 움직이는 후륜 조향 덕에 5m 넘는 차량이 회전 교차로를 매끄럽게 빠져나갔다.

에스컬레이드 IQ의 가속 성능도 뛰어났다. 전·후륜 각 354마력(260㎾)의 모터가 합산 108.5㎏·m의 최대 토크를 뿜어낸다. 스티어링 휠 왼쪽에는 V로 표시된 벨로시티 활성화 버튼이 있다. 차량의 최고 성능을 내는 기능으로 활성화되면 최대 750마력의 출력을 낼 수 있다. 4t 넘는 에스컬레이드 IQ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7초에 불과하다.

에스컬레이드 IQ의 실내. /김지환 기자

전비는 1kWh(킬로와트시)당 2.9㎞로 나왔다. 에스컬레이드 IQ의 공인 복합 전비는 3.1㎞/kWh다. 이날 기온은 영하의 추운 날씨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GM과 LG에너지솔루션(373220)의 합작법인에서 만든 205kWh 상당의 대용량 배터리가 탑재된다. 공인 복합 전비가 낮음에도 1회 충전 시 739㎞까지 주행할 수 있는 이유다. 이 수준의 주행 가능 거리는 국내 최대 수준이다.

대시보드에 장착된 55인치 커브드 디스플레이에 측후면 카메라 화면이 표시된다. 커브드 형태에서 평면 디스플레이보다 고개를 덜 돌려도 돼 편안하지만, 카메라의 화질이 그리 좋지 않다는 점은 불편했다. 345L에 달하는 전면 수납 공간은 에스컬레이드 IQ의 매력 포인트로 보인다.

국내 판매 가격은 2억7757만원이다. 에스컬레이드라는 모델 자체가 소비층이 명확한 차량인 만큼, 대중적으로 슈퍼 크루즈를 경험하기에 가격은 장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한국GM은 슈퍼 크루즈를 다른 차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한국GM 관계자는 "2028년까지 전방 주시를 하지 않아도 되는 슈퍼 크루즈를 출시할 예정"이라며 "그 전까지 슈퍼 크루즈 적용 차종 확대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