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가 20만대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고성능·고급 전기차가 본격적을 출시되고 있다. 고급 브랜드에서 기존 전기차의 고성능 모델을 내놓는가 하면 내연기관 대표 차종의 전동화 버전을 내놓는 식이다. 테슬라 등이 점령한 가성비 시장 대신 완전한 강자가 없는 고급·고성능 영역에서 새로운 경쟁이 격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2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는 지난 20일(현지 시각) 프랑스 르 카스텔레의 폴 리카르 서킷에서 '마그마 월드 프리미어' 행사를 열고 고성능 마그마의 첫 양산 모델 'GV60 마그마'를 공개했다.

GV60 마그마는 제네시스 전동화 플랫폼에 고성능과 고급화를 더한 모델이다. 제네시스가 고성능 전기차 영역에 도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럽 내에서 브랜드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한 포석이다.

GV60 마그마는 제네시스의 양산 전동화 모델 중 최고 수준의 동력을 갖췄다. 전후륜 모터 합산 최고 출력 448kW(609 마력), 최대 토크 740Nm을 발휘한다. 부스트 모드에서는 478kW(650마력), 790Nm까지 상승하고 최고 속도는 시속 264㎞다.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3.4초, 200㎞까지는 10.9초가 걸린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이 20일(현지 시각) 프랑스 남부 르 카스텔레 지역에 위치한 폴 리카르 서킷에서 열린 '마그마 월드 프리미어' 행사에서 발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GV60 마그마 성공의 관건은 판매량이다. GV60의 올해 10월까지 국내 누적 판매량은 703대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수출량은 1675대인데, GV70 EV(739대)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고급 전기차를 추구한 GV60의 판매량이 저조한 상황에서 고성능을 더해 활로를 찾는 모습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20일 "오는 2030년 제네시스의 글로벌 판매량은 35만대를 목표로 삼고 있다"라면서 "그중 일부는 '마그마'의 몫이 될 것"이라고 했다.

포르셰는 지난 20일 브랜드를 대표해 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카이엔의 전동화 버전을 공개했다. 카이엔은 지난 2002년 9월 처음 출시돼 고성능 SUV라는 장르를 개척한 모델이다. 지난 2019년 준중형 전기 세단 타이칸으로 전기차 시장에 발을 디딘 포르셰는 준중형 SUV 마칸에 이어 대표 모델로까지 전동화를 확장했다. 올리버 블루메 포르셰 회장은 "카이엔 일렉트릭은 주행과 충전 등 측면에서 전기 SUV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카이엔의 전동화 모델 카이엔 일렉트릭은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5초이며, 7초 만에 시속 200㎞까지 도달한다. 최고 속도는 시속 260㎞다. 또 새롭게 개발된 113kWh 고전압 배터리가 장착돼 1회 충전 시 최대 642㎞를 주행할 수 있다. 급속충전시 충전 상태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16분 정도 소요되며, 10분만 충전해도 325㎞까지 주행할 수 있다고 포르셰는 설명했다. 국내에는 내년 하반기에 출시될 예정이다.

포르셰가 지난 20일 공개한 카이엔 일렉트릭의 외관. /포르쉐코리아 제공

메르세데스 벤츠도 전동화 모델을 확대한다. 국내 수입 SUV 시장에서 고급 SUV로 꾸준히 인기를 끌었던 GLC를 전동화 버전으로 출시하는 것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GLC는 올해 국내에서 6702대 판매됐다. GLC는 지난해에는 8696대, 2023년에는 8057대가 판매된 인기 모델이다. EQA나 EQB 등 새로운 디자인의 전기차를 출시했던 벤츠가 새로운 전략을 내세운 것이다.

특히 전동화 GLC에는 벤츠의 전통적인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이 적용됐다. 그간 소비자들이 선호했던 디자인에 신기술을 적용한 것이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고객들이 좋아했던 요소와 신기술을 얹은 차량"이라며 "전동화 GLC는 벤츠가 럭셔리와 대중성을 함께 잡기 위한 중요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메르세데스-벤츠 디 올-뉴 일렉트릭 GLC./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제공

업계에서는 고급이나 고성능 전기차를 선보이는 완성차 업체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가 본격 출시된 2019년부터 6년간 대중성을 내세운 전기차들이 대거 쏟아지면서 시장이 포화됐기 때문이다. 저가형·가성비(가격 대비 성능)형 전기차는 테슬라와 중국 브랜드인 BYD가 사실상 점령한 상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독일 완성차 브랜드 입장에선 자기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시장이 고급·고성능"이라며 "당장 수익이 안 나더라도 적극적으로 전기차를 출시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내년엔 다수 브랜드가 적극적으로 내연기관에서 전동화로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