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그룹의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제품 라인업이 내년에 대폭 확대된다. 대형 플래그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GV90이 첫선을 보이는 데 이어 주력 제품인 G80과 GV80에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추가된다.

10일 완성차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현대차는 내년 신차 출시 계획을 확정하고 영업·마케팅 등 관련 조직에 이를 공유했다. 내년 신차 계획에는 모델 노후화로 최근 판매 실적이 부진한 제네시스 브랜드가 많이 포함됐다.

지난해 3월 미국 뉴욕 맨해튼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에서 장재훈(오른쪽 세 번째) 현대차 부회장을 포함한 주요 임원들이 GV90 콘셉트카를 배경으로 기념촬영하고 있다./현대차 제공

제네시스 브랜드 모델 가운데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낼 신차는 GV90으로 내년 상반기 중 출시될 예정이다. GV90은 국내 완성차 브랜드에서는 처음으로 출시되는 F세그먼트급 대형 SUV다. 세그먼트는 유럽식 차종 분류 기준으로 F세그먼트는 전장 5000㎜ 이상의 가장 큰 차급을 의미한다.

GV90은 현대차가 지난 2021년부터 개발해 온 모델로, 지난해 3월 뉴욕 국제 오토쇼에서 콘셉트카인 '네오룬'이 최초로 공개됐다. 대부분의 제네시스 차량과 달리 전기 SUV로만 출시되는 점이 특징이다. 차체 길이는 팰리세이드, 아이오닉9 등 현대차의 대형 SUV보다 크고 제너럴모터스(GM)의 트래버스와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GV90이 글로벌 시장에서 제네시스의 고급차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 일조할 것으로 본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전통의 고급 브랜드는 대형 플래그십 SUV를 갖고 있다. GV90은 벤츠 EQS SUV, BMW가 내년에 처음 선보이는 iX7, 레인지로버 일렉트릭 등과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G80과 GV80의 하이브리드차는 최근 부진한 제네시스의 판매 실적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GV80 하이브리드 모델은 내년 9월, G80 하이브리드 모델은 내년 12월로 각각 출시가 예정돼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LA오토쇼의 제네시스 전시관. /현대차 제공

준대형 세단인 G80, 준대형 SUV인 GV80은 제네시스의 주력 판매 모델이지만, 출시된 지 오랜 기간이 지나 최근에는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다. G80의 올해 판매량은 10월까지 3만4158대로 전년 동기 대비 12% 줄었고, GV80은 같은 기간 2만6703대로 20.2% 감소했다.

G80과 GV80의 하이브리드 모델은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는 판매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반면 하이브리드차는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 9월 말 전기차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이 끝나면서 전기차 판매는 급감했지만, 하이브리드차는 판매량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의 대형 플래그십 세단인 G90도 내년 10월쯤 부분 변경 모델을 내놓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내년 GV80에 이어 2027년에 중형 SUV인 GV70도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하면 미국 점유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