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셰 순수 전기 스포츠 세단 타이칸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마칸 일렉트릭을 시승했다. 차종은 다르지만 두 모델 모두 조용하고 폭발적인 가속 성능이 돋보였고, 고속에서 흔들림 없이 유지되는 속도감이 인상적이다. 타이칸은 GTS, 마칸은 최상위 트림 터보 모델로 출력과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시간)이 기존 모델보다 향상됐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포르셰의 전기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등 전동화(전기로 움직임) 차량 판매 비율은 35.2%로 전년 동기 대비 12.8%포인트(p) 늘었다. 이 중 순수 전기차 타이칸, 마칸 EV가 차지하는 비율은 23.1%다.

포르셰 전기 스포츠세단 타이칸 GTS./포르셰 제공

시승은 제주도와 서울에서 진행했다. 제주에선 내륙, 산간을 비롯해 해안 도로까지 170㎞ 이상을 주행했다. 고속 직선 구간부터 완만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와인딩 구간, 노면이 고르지 않은 흙길이 적절히 섞여 있었다. 서울에선 차량 통행량이 일정하지 않은 시내와 간선도로, 고속도로 등을 주행했다.

타이칸 외관은 스포츠카 911과 4도어 세단 파나메라가 겹쳐 보인다. 바닥에 납작하게 붙어 있어 일반적인 세단보다 날렵한 인상이다. 내연 모델보다 각진 전면부와 헤드램프, 측면에 각인된 일렉트릭(Electric) 로고, 후면 배기구 등이 달랐다.

포르셰 전기 스포츠세단 타이칸 GTS. /권유정 기자

실내에는 커다란 디스플레이가 유독 많아 미래 지향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운전석의 디지털 계기판은 곡선형으로 길게 뻗어 있고, 대시보드 중앙과 센터 콘솔, 조수석 전면까지 모두 터치스크린으로 돼 있다. 4도어이지만 2열은 비좁은 느낌이다.

포르셰 전기 스포츠세단 타이칸 GTS. /권유정 기자

타이칸 GTS의 최대 출력은 515킬로와트(㎾)로 700마력, 제로백은 기존 모델보다 0.4초 빠른 3.3초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차량은 조용하면서도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고속 주행 시에도 중간에 속도감이 떨어지지 않고 일정하게 유지됐다. 일렉트릭 스포츠 사운드 기능을 켜면 포르셰가 만든 '우웅' 하는 가상 엔진 배기음이 들리는데, 포르셰 특유의 우렁찬 배기음과는 거리가 있다.

포르셰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마칸 터보. /권유정 기자

마칸 터보는 SUV라는 특성 때문인지 타이칸보다 전기차 특유의 가속감, 날렵함은 떨어졌다. 최대 출력은 639마력, 제로백은 3.3초다. 타이칸이 낮게 깔린 차체 때문에 주행 상황에 따라 하부 진동이 제법 느껴지는 것과 달리 마칸은 전반적으로 편안하고 안락한 승차감이 유지됐다. 실내 공간도 비교적 넉넉해 실용성도 높은 편이다.

포르셰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마칸 터보. /권유정 기자

외관을 보면 전면부는 포르셰 특유의 디자인이 묻어나지만, 후면부는 개성이 떨어졌다. 가로로 길게 뻗은 테일램프에 빛이 들어오면, 다른 브랜드 전기차 모델과 비슷한 인상을 주기도 했다. 차체 크기는 전장(차 길이) 4874㎜, 전폭(너비) 1938㎜, 전고(높이) 1621㎜, 축거(휠베이스) 2893㎜다. 전고만 빼면 현대차 중형 SUV 싼타페(전장 4830·전폭 1900·전고 1720~1780·축거 2815㎜)보다 크다.

타이칸 GTS와 마칸 터보 가격은 각각 2억2730만원, 1억3850만원부터다. 브랜드가 지닌 역동적인 주행 성능을 계승하긴 하지만, 1억~2억원대 고성능차를 원하는 소비자가 전기차를 선택할지는 의문이다.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는 타이칸 GTS가 425㎞, 마칸 터보가 429㎞다. 복합 전비는 마칸 터보(4.0㎞/㎾h)가 타이칸 GTS(3.2㎞/㎾h)보다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