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기업이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내재화를 서두르면서, 이차전지(배터리) 업계가 긴장하면서 지켜보고 있다. 테슬라, 비야디(BYD)에 이어 현대차(005380), 도요타, 제너럴모터스(GM) 등 주요 완성차 업체가 자체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전기차 주도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2027년 가동을 목표로 경기 안성시에 이른바 '모빌리티알파라인안성센터(MAAC)'로 불리는 배터리 연구 단지 및 기가와트시(GWh)급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단순 배터리 연구·개발(R&D)을 넘어 시제품을 생산하고, 테스트(성능 검증)를 진행하는 시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초기 생산 규모는 연 1~2GWh로 추정된다. 통상 1GWh는 전기차 약 1만3000~1만5000대에 들어가는 물량이다. 시제품 생산 및 양산 기술 개발이라는 목적을 고려했을 때 규모가 작지 않다는 평가다.
수년 전부터 배터리를 연구해 온 현대차는 남양·의왕·마북 등 R&D 연구소에 배터리 전담 조직을 운영하며 내재화 영역을 확대해 왔다. 파우치형, 각형, 리튬인산철(LFP)은 물론 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완성차 기업이 배터리 내재화에 나서는 이유는 배터리 회사를 상대로 한 협상력을 키우면서 전기차 성능 및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배터리는 전기차 원가의 약 4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다. 직접 양산하지 않더라도 기술력을 확보하면 전기차에 최적화된 배터리를 적용하고 원가도 낮출 수 있다.
일본·유럽·미국의 주요 완성차 기업도 배터리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다. 도요타는 100% 배터리 자회사 프라임어스EV와 함께 2028년 가동을 목표로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폭스바겐도 그룹 내 자회사 파워코를 설립하고, 유럽과 캐나다에 배터리 생산 기지를 구축하고 있다.
GM은 기존 미국 미시간에 있는 '월리스 배터리 셀 이노베이션 센터'와 신설 중인 '배터리 셀 개발 센터'를 중심으로 기술력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원자재 확보에도 나섰는데 최근 캐나다 업체 리튬아메리카스와 합작 투자로 네바다주 태커 패스 지역에서 미국 내 최대 리튬 광산을 개발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는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내재화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완성차 업체가 직접 배터리를 만들면 가격 협상력이 떨어지고 입지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다만, 배터리 양산 공장에 들어가는 비용이 막대하고 수율(완성품 중 불량이 없는 양품 비율) 확보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시장 구조가 바뀌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배터리 업계는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충전 속도를 단축하는 등 기술 격차를 벌리는 데 주력하면서 다른 완성차 기업과 파트너십을 강화하면서 대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