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국내에서 판매한 차량의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Battery Management System) 결함 문제로 도마에 오르자 현대차(005380)기아(000270)도 긴장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가 판매한 전기차에서도 충전과 전력 제어 등을 담당하는 주요 장치의 결함이 발생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소비자 단체 등에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통합 충전 제어 장치(ICCU·Integrated Charging Control Unit) 결함 문제를 다뤄 달라는 소비자 요구가 늘고 있다. 현대차·기아가 결함에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기아 전기차에 탑재되는 ICCU. / 현대차 제공

ICCU는 전기차에 탑재된 고전압 배터리와 보조 배터리를 모두 충전할 수 있도록 개발된 현대차그룹의 통합 충전 시스템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2021년부터 그룹의 모듈형 전기차 플랫폼인 E-GMP를 적용해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는데, 모두 ICCU가 장착된다.

전기차는 외부 전력을 차량 내 고전압 배터리에 공급하는 부품인 OBC(On-Board Charger)와 고전압 전기를 저전압 배터리로 공급하는 변압기 역할을 하는 LDC(Low DC-DC Converter)가 탑재된다. ICCU는 OBC와 LDC를 통합해 전기차의 충전과 전력 분배·제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기능을 하는 부품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ICCU에 오류가 발생할 경우 저전압 배터리의 충전이 중단돼 주행 중 차량이 멈춰 사고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한 소비자는 "ICCU에 결함이 생긴 차를 운전하다 갑자기 '펑' 하는 소리가 나면서 주행 속도가 갑자기 시속 40㎞ 이하로 떨어졌고, 나중에는 멈춘 채 시동도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대차·기아는 ICCU 결함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해 미국에서 전기차 20만8107대를 리콜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3월과 12월에 약 35만대를 리콜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ICCU 결함을 겪었다는 민원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차·기아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가 비용 부담을 우려해 리콜보다는 소비자 요구가 있을 때 무상 수리 조치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테슬라는 BMS 결함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질타를 받고 있다. BMS는 배터리셀과 배터리팩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점검해 배터리 안전과 성능을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달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테슬라 차량 13만4429대 중 4351대에서 BMS 오류가 발생했다.

현대차그룹은 테슬라의 BMS 결함에 대한 비판이 커질수록 현대차·기아의 ICCU 오류 문제 역시 공론화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ICCU 결함 문제가 수면 위로 오를 경우 정의선 회장의 리더십에도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 회장은 그룹의 지휘봉을 잡은 후 줄곧 품질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 현대차그룹 제공

정 회장은 지난 2018년 그룹 수석 부회장에 오른 후 세타2 GDi 엔진 탑재 차량의 결함 문제 해결에 나선 바 있다. 세타2 GDi 엔진은 정몽구 명예회장 시절인 2010년대 중반에 개발됐는데, 이 엔진을 탑재한 차량은 소음과 주행 중 시동 꺼짐, 화재 등이 연이어 발생해 미국 교통 당국이 리콜을 명령했다.

정 회장이 수석 부회장에 취임한 직후 현대차는 미국에서 세타2 GDi 엔진 결함으로 집단소송을 제기한 소비자들의 요구를 수용하고 모든 탑재 차량에 평생 보증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