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이 14일 취임 5주년을 맞았다. 현대차그룹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와 미국의 고율 관세, 중국 자동차 산업의 성장 등 여러 변수와 악재 속에서도 정 회장의 리더십을 통해 글로벌 '톱3′ 완성차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회장은 2020년 10월 14일 아버지인 정몽구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현대차그룹 회장으로 취임했다. 2018년 9월 그룹 수석 부회장에 오른 후 2년 1개월 만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현대차그룹 제공

2019년 글로벌 완성차 판매 5위였던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총 723만여 대의 차량을 판매하며 2022년 이후 이어지고 있는 일본 도요타, 독일 폭스바겐과의 '3강(强) 체제'를 지켰다.

현대차와 기아(000270)의 합산 매출액은 2019년 163조8924억원에서 지난해 282조6800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합산 영업이익은 5조6152억원에서 26조9067억원으로 380% 급증했다. 2022년부터 3년 동안 매년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경신했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등 여러 악재가 불거진 올해 상반기에도 13조86억원의 합산 영업이익을 기록, 반기 기준 사상 최초로 글로벌 2위에 올랐다. 영업이익률은 8.7%로 폭스바겐(4.2%)을 비롯한 경쟁사들의 이익률을 2배 이상 웃돌았다.

정 회장 취임 후 5년간 현대차그룹은 체계적이고 발 빠른 전동화 전략,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에 대응한 하이브리드차 라인업 강화,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 확대 등으로 글로벌 톱 티어로 올라섰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의 올 상반기 전기차 누적 판매량은 200만대를 돌파했다. 하이브리드차 판매량도 반기 기준으로는 처음으로 60만대를 넘어섰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 등 고부가가치 차종도 성장에 기여했다. 지난 5년간 현대차와 기아가 해외 판매한 레저용 차량(RV)의 평균 가격은 각각 3459만원에서 7387만원으로 114%, 4045만원에서 6383만원으로 58% 증가했다.

정 회장이 브랜드 출범 전 과정을 진두지휘한 제네시스는 품질과 디자인 경쟁력 등을 인정받았다. 제네시스 차종의 글로벌 판매량은 2019년 7만7135대에서 지난해 22만9532대로 급증했다.

정 회장은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대세가 된 차량 전동화도 앞장서 추진했다. 그는 지난 2018년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내연기관차 시대에는 우리가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빠른 추격자)'였지만 전기차 시대는 모두가 같은 출발선상에 서 있다"며 "경쟁사를 뛰어넘는 성능과 가치로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선두 업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의 주도로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개발했다. E-GMP에 기반한 아이오닉5, 아이오닉6, EV9 등은 '세계 올해의 자동차'에 연이어 선정됐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2023년 11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내 전기차(EV) 신공장 부지에서 열린 울산 EV 전용공장 기공식에서 기념연설을 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현대차그룹의 지난해 친환경차 판매량은 5년 전과 비교해 약 4배로 증가한 141만여 대를 기록했다. 전체 판매에서 친환경차가 차지하는 비율도 19.4%로 커졌다. 올해 상반기에는 글로벌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포함) 인도량 순위 7위를 차지했다. 이는 자국 브랜드 판매 비율이 높은 중국 브랜드를 제외하면 폭스바겐, 테슬라에 이은 3위에 해당한다.

정 회장은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과 수소차, AAM(미래 항공 교통) 등 신사업 투자에도 전력을 쏟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8년 로봇 전문 연구 조직인 로보틱스랩을 신설한 데 이어 2021년에는 미국의 로봇 개발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또 세계 최초의 수소 브랜드이자 비즈니스 플랫폼인 'HTWO'도 출범시켰다. 미국에서 자율 주행 연구를 담당하는 모셔널과 항공 모빌리티 사업을 하는 슈퍼널 등의 조직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렌드는 "정 회장은 세계와 산업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에 대한 통찰과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열정을 갖고 전기차와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리더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 자동차 매체 오토카도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놀라운 성장을 이끈 원동력"이라며 "지금은 다른 자동차 기업들이 현대차그룹을 추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