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직장인 이모씨는 최근 스웨덴 전기차 브랜드인 폴스타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Sport Utility Vehicle) '폴스타4'를 예약하고 인도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 시설이 설치돼 있어 주유소를 갈 필요가 없다는 게 매력적"이라며 "전기차 주행거리가 늘면서 장거리 운전에 대한 우려도 줄어 전기차를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기차 시장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17만514대로 전년 동기(10만8430대) 대비 57.2% 증가했다. 전기 승용차만 보면 15만3195대가 등록됐는데,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9만1630대)보다 67.2% 늘어난 것이다. 내연기관 등을 포함한 전체 승용차 중에선 13.4%에 해당한다. 올해 말까지 10%대를 유지하면 사상 첫 두 자릿수 비중을 기록하게 된다.

기아 준중형 전기 SUV 'EV5'./기아 제공

올해 전기차 판매가 늘어난 데는 신차 효과가 컸다. 올해 1~9월 판매량 상위 모델을 보면 지난 5월 출시된 테슬라의 '모델Y 주니퍼'가 3만7035대로 1위를 기록했다. 전체 전기 승용차의 24.2%다. 이 뒤로는 기아(000270)의 '더 기아 EV3'(1만8732대·2024년 5월 출시), 현대차(005380) '아이오닉5'(1만2204대·올해 5월 연식 변경), 기아 '더 뉴 EV6'(7954대·2024년 6월 출시), 기아 '더 기아 레이 EV(7901대·2024년 10월 연식 변경) 등이 뒤를 이었다.

기아가 지난달 4일 출시한 준중형 전기 SUV '더 기아 EV5'는 지난달 25일까지 4800여 대가 계약됐다. 전작인 준중형 세단 '더 기아 EV4'가 올해 3월 출시 이후 9월 말까지 6814대 판매된 것과 비교하면 양호한 성적이다. 이번 EV5를 통해 기아는 소형(레이) 세그먼트부터 대형(EV9)까지 모든 차급을 아우르는 전기차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BYD코리아는 지난달 11일부터 도심형 전기 SUV '씨라이언7'의 고객 인도를 시작했다. 2026년형으로 연식 변경을 마친 씨라이언7은 한국에 가장 먼저 출시됐다. BYD코리아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 들여온 800여 대는 계약이 완료됐다"며 "누적 계약 물량은 1000건 이상"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정서희

전기차 시장이 회복되고 있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새로운 전기차가 많이 나왔다. 내년에는 새로 나올 차가 올해만큼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에만 완전 신차 5종과 부분 변경, 연식 변경 등을 포함해 20여 종의 전기차를 공개했다.

전기차 배터리 업계 관계자도 "국내 전기차 시장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지만, 실적은 겨우 전년 수준을 방어하는 수준"이라며 "최소 2~3년은 지나야 전기차 업계가 골고루 활력을 되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