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협업하기 위한 전담 조직을 최근 출범시켰다. 현대차는 최근 GM과 손잡고 남미에서 판매할 차량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는데, 신설 조직은 개발과 생산 등에서 주도권을 잡고 이익을 확보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1일 현대차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26일 GM과의 협업 전담 조직인 '프로젝트 포레스트 SA(South America)' 사업부를 신설했다.
프로젝트 포레스트 SA 사업부장은 현대차 글로벌 상품운영본부장과 차세대 전기차(EV) 프로젝트장을 맡고 있는 필리페 게랑부토 부사장이 겸직한다. 연구개발(R&D)본부 MSV프로젝트3실장으로 일했던 주석하 상무는 디렉터로 자리를 옮겨 실무를 총괄한다.
사업부는 제품개발분과, 상품기획분과, 재경분과, 프로젝트관리기구(PMO·Project Management Office)분과 등으로 구성되며 재경본부와 글로벌상품운영본부 등의 임원들이 겸직 형태로 합류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프로젝트 포레스트 SA 사업부는 중남미에서 GM과의 공동 제품 개발과 생산 등 모든 활동을 주도하기 위한 조직"이라며 "협업 과정에서 이익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전략을 세워 실행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앞서 지난 8월 GM과 차량 5종을 공동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두 회사는 남미에서 판매할 중형 픽업트럭, 소형 픽업트럭, 소형 승용차,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ports Utility Vehicle·SUV) 등과 북미 시장용 전기 상용 밴을 함께 만들기로 했다. 모든 차종은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로 개발되며 2028년부터 출시될 예정이다.
두 회사가 손을 맞잡기로 한 것은 각자 차종별로 서로 다른 강점을 가졌고, 여러 투자 위험에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GM은 픽업트럭에서, 현대차는 소형 승용차와 SUV 등에서 경쟁력을 갖춰 협업이 진행되면 높은 시너지 효과를 얻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는 GM과의 협업에 대한 '신중론'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는 지금껏 수직 계열화로 성장해와 폐쇄성이 강한 데다, 해외 완성차 그룹과의 협업 과정에서 수익 배분이나 제품 개발, 생산 등에서 이견이 계속 발생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 2002년 중국에 진출하면서 중국 베이징자동차(BAIC)와 합작해 베이징현대를 설립했다. 베이징현대를 통해 현대차는 중국에서 큰 수익을 거둘 수 있었지만, 베이징차를 비롯한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기술·생산 경쟁력을 높여주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지적도 받는다. 베이징현대는 현재 입지가 크게 줄어든 상태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GM 입장에선 현대차의 소형차 개발 노하우와 하이브리드차 기술에 상당히 관심이 많을 것"이라며 "초기부터 치밀한 전략을 갖고 접근하지 않으면 득보다 실이 큰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