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판매하는 중형 세단 G70이 사실상 단종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G70은 2017년 출시된 1세대 모델이 지금껏 판매되고 있는데, 제네시스는 고급 중형 세단의 수요가 제한적이라 보고 후속 모델 개발을 중단한 상황이다.
29일 현대차(005380)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G70의 국내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8% 줄어든 1069대에 그쳤다. G70은 상반기에 4월과 6월을 제외하면 매달 판매량이 200대를 밑돌았다. 휴가로 공장 가동 일수가 적었던 7월 판매량은 71대에 불과했다.
제네시스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ports Utility Vehicle·SUV)인 GV80은 올해 누적 판매량이 1만8654대다. 2020년 1월 출시된 GV80 역시 모델이 노후화돼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30% 급감했지만, G70의 18배 수준이다. 같은 기간 준대형 세단인 G80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1% 줄어든 2만4987대다.
중형 세단은 일반적으로 완성차 업체에서 볼륨 모델(대량 판매 차종)로 꼽히는데, 제네시스 브랜드에서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출시 후 8년간 국내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해 2세대 모델 개발과 투자를 진행하지 않았다"며 "현재 판매 중인 모델도 향후 2~3년 안에 생산이 중단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G70의 단종 시기가 2027년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G70은 현대차그룹이 플래그십 대형 세단 EQ900, G80에 이어 세 번째로 선보인 제네시스 브랜드 모델이다. 같은 해 출시된 기아(000270)의 스팅어와 함께 국내 고급 중형 세단 시장을 양분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두 모델 모두 출시 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판매량을 기록했고, 스팅어는 지난 2023년 4월부터 생산이 중단됐다.
G70의 경우 국내 시장에서 출시 이듬해인 2018년 1만4417대, 2019년 1만6975대가 팔리며 순항했지만, 2020년 판매량은 7910대로 전년 대비 반 토막이 났다. 이후 2021년 7429대, 2022년 6087대, 2023년 4320대를 거쳐 지난해엔 판매량이 2371대에 그치며 매년 하락세를 그렸다.
G70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도요타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의 IS 등에 밀려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제네시스는 지난 2021년 영국에서 G70을 출시했지만, 3년 만인 지난해 판매 중단 결정을 내렸다. 미국 시장에서는 판매를 지속하고 있지만, 4월부터 25%의 관세가 부과돼 가격 경쟁력이 약화된 상황이다. 현대차·기아의 여러 볼륨 모델과 달리 제네시스는 대부분의 차량을 국내에서 만들어 미국에 수출한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국내 고급차 시장에서 중형 세단의 수요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제네시스는 수입차와 비교해 낮은 가격대에 더 높은 차급의 모델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앞세워 고급 브랜드 수요를 흡수해 왔다.
이에 기존 수입차 구매 수요가 준대형 세단과 실용성이 높은 SUV로 몰리면서 G80·GV80·중형 SUV인 GV70은 안착했지만, 중형 세단인 G70은 애매한 위치로 외면을 받았다는 것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중형 세단 시장의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데, G70은 차체가 작아 국내 기준으로는 준중형 세단에 가깝다"며 "현대차 쏘나타나 기아 K5보다 작고 가격은 1000만원 이상 비싸 뚜렷한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