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그룹이 로보틱스(로봇) 투자를 늘리면서, 그룹 내 부품 및 시스템 통합(SI) 계열사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현대모비스(012330)는 로봇의 관절과 근육에 해당하는 액추에이터, 현대오토에버(307950)는 공장에서 작업하는 로봇의 학습(딥러닝)과 관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로봇 사업은 확장 중이다. 올해 연말부터 로봇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휴머노이드(사람 형태의 로봇) '아틀라스'를 조지아주 공장에 시범 투입하고 미국에 새로운 로봇 생산 공장을 구축하기로 했다.
미국 로봇 공장은 연간 3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를 비롯해 로봇개로 불리는 4족 보행 로봇 스팟, 물류 자동화 로봇 스트레츠 등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인 설립 시기와 장소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현대차 로봇 사업이 가시화되면서 계열사의 역할도 부각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보스턴다이내믹스에 자금을 투입하기 위해 HMG글로벌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HMG글로벌은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54.7%를 들고 있는 현대차, 기아(000270), 현대모비스의 합작 투자 법인이다.
자동차 부품에 특화된 현대모비스는 로봇 하드웨어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 개발 및 생산을 맡는다. 지난 2021년 사업 목적에 로봇 부품 제조·판매를 추가하고, 전담 R&D 부서도 운영 중인 현대모비스는 4월 기관 투자자 설명회에 이어 전날 열린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액추에이터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액추에이터는 로봇 관절, 근육 등 사람과 유사한 동작을 구현하는 장치다. 모터·감속기·제어부로 구성되는데 차량 조향 시스템과 기술적으로 유사성이 높다. 로봇 제조 원가의 30~40%(휴머노이드 60%)를 차지한다. 현대모비스는 액추에이터를 시작으로 센서·제어기·핸드그리퍼(로봇 손) 등으로 영역을 확장할 예정이다.
시스템 통합(SI) 계열사 현대오토에버는 로봇 역할 수행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영역을 담당할 가능성이 있다. 로봇이 공장에서 일하는데 필요한 트레이닝(딥러닝), 관제를 담당하는 역할로 중장기적으로 로봇 유통과 사후 관리 전반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자동차 산업의 로봇 도입은 꾸준히 확대될 전망이다. 글로벌 제조용 로봇 시장은 자동차 산업이 주도해 왔는데, 생산 효율과 원가 절감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차가 연말부터 공장에 시범 투입하는 휴머노이드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휴머노이드 시장 규모가 올해 15억달러(약 2조원)에서 10년 뒤인 2035년에는 380억달러(약 53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누적 출하량은 약 460만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