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그룹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조성하는 신사옥 '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GBC·Global Business Complex)'와 관련한 서울시와의 재협상이 길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105층짜리 단일 건물을 지으려다 54층짜리 3개 동으로 변경한 설계안을 제출하고 서울시가 요구하는 공공기여금 증액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공기여금은 용적률 등 규제 완화 혜택을 본 사업자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내는 금액이다.

현대차와 서울시는 삼성동 GBC 설계 변경을 놓고 재협상을 진행 중이다. 양측 관계자, 도시계획·건축·교통·환경 등 분야별 전문가 5인으로 구성된 협상 조정 협의회는 지난 4월부터 여러 차례 회의를 진행했지만, 결론은 빨라야 연말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현대차그룹 GBC 조감도./현대차 제공

양측은 GBC의 층수를 낮추는 설계 변경안에 대해 일정 부분 공감대를 형성했으나, 공공기여금 증액 규모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설계 계획이 바뀐 만큼 공공기여금을 재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최소 2조원대의 공공기여금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현대차가 초고층 랜드마크 빌딩을 짓는다는 것을 전제로 지난 2016년 3종 주거지였던 부지 용도를 일반 상업지로 3단계 종 상향했다. 용적률(대지 면적에 대한 건축물 연면적의 비율)은 250%에서 800%까지 높여줬다.

현대차는 규제 완화 혜택을 받는 대가로 1조7000억원 규모의 공공 기여금을 내기로 합의했으나 서울시 요구에 맞추려면 최소 3000억원 이상을 더 납부해야 한다. 초고층 건물을 50층 건물로 바꾸면 공사비가 줄지만, 이 사이 인건비·자재비가 크게 올랐다. ㎡당 표준 건축비(국가에서 제시한 건축 공사에 필요한 기본 비용)는 2017년 181만2000원에서 올해 238만원으로 31.3% 증가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층수가 낮아졌다고 무작정 돈(공공기여금)을 더 내라는 것은 아니다. 개발 계획이 바뀌었기 때문에 2016년에 협의한 기준을 어떻게 해석하고 계산에 적용할지 논의가 필요하다"며 "당시 제공한 인센티브도 현 시점에서 타당한지를 다시 따져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그동안의 물가 상승분은 반영하기로 합의했지만, 워낙 다양한 사안을 한꺼번에 협상하는 상황이라 정확한 마무리 시점을 단정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올해 안에 GBC 관련 모든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지만, 서울시와의 협상이 끝나고 국토교통부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 등 후속 절차가 남아 있어 공사 재개 시점은 불투명하다. 다만 GBC 사업은 삼성동 일대 다른 개발 사업과도 얽혀 있어 더 늦어지면 서울시, 강남구의 정치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이 3선 도전을 시사한 만큼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현대차는 2014년 한국전력(015760)공사로부터 삼성동 부지를 매입하고 GBC 설립을 추진해 왔다. 처음에는 105층짜리 초고층 빌딩으로 지으려고 했지만, 대내외 환경 변수로 54층짜리 3개 동으로 구성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해 2월 55층짜리 2개 동으로 수정한 설계안을 내놓았으나 서울시 반대로 철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