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싱 마니아로 알려진 조현범 한국앤컴퍼니(000240)그룹 회장이 모터스포츠 사업 확장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경주 대회인 포뮬러원(F1)에 타이어를 공급하는 것을 주요 경영 목표로 삼고 있지만, 사업적인 리스크(위험요인)에 대한 고민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범 회장은 지난 6일 슈퍼카 브랜드 람보르기니 신차 출시 행사에 깜짝 등장했다. 조 회장은 방한한 슈테판 빙켈만 람보르기니 회장 초청으로 람보르기니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신차 '테메라리오' 출시 행사에 참석해 빙켈만 회장과 회동했다. 두 회사는 타이어 공급을 비롯한 여러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조현범(왼쪽)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6일 서울 광진구 파이팩토리 스튜디오에서 스테판 윙켈만 람보르기니 회장과 면담한 뒤 V8 PHEV 슈퍼카 '테메라리오'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조 회장은 과거부터 람보르기니를 비롯한 고성능 슈퍼카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며, 모터스포츠 분야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가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되고 한국타이어는 레이싱용 타이어 연구개발(R&D) 투자는 물론, 글로벌 모터스포츠 대회, 한국컴피티션(전 아트라스BX)이라는 국내 레이싱팀 등 후원을 확대했다.

조 회장은 독일, 이탈리아 등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 열리는 레이싱 경기를 종종 참관한다.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과 함께 '현대 N x 도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을 관람하기 위해 찾은 경기도 용인 스피드웨이는 혼자서 경기로 보러 방문할 때도 있다.

조 회장이 좋아하는 대회는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3대 스포츠 대회로 묶이는 F1이다. 지난 2010년부터 4회에 걸쳐 국내에서 열린 F1 코리아 그랑프리에는 자녀들과 함께 방문했는데, 그는 메르세데스 AMG 페트로나스 F1팀의 오랜 팬으로 알려졌다.

조현범(왼쪽부터)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0월 27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사업적으로도 F1에 타이어를 공급하는 것에 욕심을 내고 있다. 올해 초 3대 모터스포츠(WRC·F1·나스카) 대회인 월드랠리챔피언(WRC) 공급사로 선정되는 등 모터스포츠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 기업 중 F1 공급사는 없다.

조 회장은 F1이라는 상징성은 크지만, 투자 비용이나 사고 리스크에 대한 고민을 지속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F1 공식 타이어사는 대회에 초점을 맞춘 제품 개발, 마케팅 등을 위해 연간 수백억에서 많게는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경기 도중 타이어 파손 등 사고가 발생하면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받고 재계약이 불투명해져 초기 투자 비용을 회수하기도 어려워진다.

현재 F1 타이어는 피렐리가 2011년부터 독점 공급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2018년 F1 타이어 공급을 위한 기술 테스트를 통과하며 피렐리와 경쟁했지만, 최종 입찰 단계에서 의지를 철회한 바 있다. 2014년에는 제품 개발 기간 부족 등을 이유로 포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