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차(HEV·Hybrid Electric Vehicle·엔진과 전기 모터를 함께 사용하는 차)의 인기가 계속되고 있지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lug-in HEV·외부 전원으로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차)는 올해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배터리 용량이 커 하이브리드차보다 비싸지만, 전기차와 같은 보조금 혜택이 없고 현대차(005380)·기아(000270)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국내 판매를 중단해 신차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16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PHEV 신규등록 대수는 67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9103대)보다 26.4% 감소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PHEV는 총 23종으로 전부 수입차다. PHEV 판매량은 2021년 1만9701대, 2022년 1만3114대, 작년 9649대 등 매년 줄고 있다.

전기차 충전시설. /뉴스1

하이브리드차는 모터가 주행 중에 엔진을 보조하는 데 그치지만, PHEV는 전기차처럼 모터가 주행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특징이다. 배터리 용량이 일반 하이브리드차보다 커 전기만으로 수십㎞를 주행할 수 있어 짧은 거리를 이용할 땐 유지비가 적게 든다. 또 긴 거리는 내연기관으로 달리기 때문에 전기차처럼 충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최대 500만원까지 지급되던 보조금이 2021년 폐지되면서 시장이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5개 국내 완성차 업체는 보조금이 끊기자 PHEV 판매를 중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PHEV는 보조금을 주는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만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중국을 제외하면 PHEV 판매량이 줄고 있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에 따르면 올해 1~9월 PHEV의 시장점유율은 6.9%(5만4889대)로 작년 같은 기간 7.5%보다 0.6%포인트(P) 줄었다. ACEA는 “PHEV는 모든 주요 시장에서 감소했다”고 했다. 북미 시장도 마찬가지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JD파워에 따르면 미국 완성차 시장 내 올해 1~9월 누적 PHEV 시장점유율은 2%도 안 된다. 미국은 2022년 PHEV에 대한 보조금을 중단했고 유럽에서는 독일, 영국 등이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다.

완성차 업체도 전기차 개발에 집중하느라 PHEV 개발은 후순위로 제쳐두고 있다. 보조금 지급이 중단된 후 국내에 신형 PHEV가 출시된 사례는 없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판매 중인 모델을 가져와 국내에 출시할 수는 있겠지만, 보조금이 되살아나지 않는다면 새로운 PHEV 시스템 개발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