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과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회장이 27일 처음으로 공개회동을 가졌다. 모터스포츠 활성화를 계기로 시작됐지만, 글로벌 선두를 달리는 완성차 기업들의 수장이 만나면서 협력이 점쳐지고 있다. 여기에 차량용 전장(자동차 전자장비 등) 부문에서 사업 확대를 노리는 조현범 한국앤컴퍼니(000240)(옛 한국타이어) 그룹 회장도 자리하면서 자동차 관련 선두 기업들의 합종연횡이 기대되고 있다.

이날 경기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 x 도요타 가주레이싱 페스티벌에 현대차의 초청으로 참석한 조 회장은 정 회장과 아키오 회장을 만난 뒤 행사를 끝까지 지켜봤다. 조 회장은 이날 “국내에서 이런 행사가 열리게 돼 좋다”며 “특히 완성차 업계를 대표하는 두 기업 수장들이 연 대회라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27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Hyundai N x TOYOTA GAZOO Racing) 페스티벌'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회장이 이번 페스티벌에 참가해 1·3위 완성차 업체 수장을 만난 점은 전기차 분야의 외연 확장을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공조부품 제작 업체 인수절차를 진행 중인 한국앤컴퍼니그룹이 완성차 업계와 파트너십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한국앤컴퍼니 그룹 한국타이어는 전기차 열관리 시스템 전체 설계부터 부품 공급까지 아우르는 한온시스템(018880) 인수를 진행 중이다. 한온시스템은 현대차그룹에 에어컨과 히터 등 공조부품을 공급한다.

전기차 시대에서 공조부품은 배터리 수명과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내연기관차에 비해 차체가 무거워 전용 타이어뿐 아니라 효율적인 열관리 시스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온시스템은 자동차 배터리·모터 등에서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체계인 ‘통합 열관리 시스템’을 독자 개발한 회사다.

27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에서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왼쪽부터)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조 회장은 이미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한국타이어와 독자기술을 확보한 한온시스템의 시너지를 통해 첨단 모빌리티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조 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한온시스템 인수 진행 상황’을 묻는 취재진에게 “잘 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주식매매계약(SPA)과 관련해서는 “오늘은 여기까지”라며 말을 아꼈다.

이외에도 조 회장은 “내년부터 우리도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 나간다”고 밝혔다. WRC 등 모터스포츠 대회는 완성차 업체들이 차량의 품질과 성능을 알리기 위해 참가한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12월 2025년부터 3년간 WRC 오피셜 타이어 공급업체 자격을 획득했고, 호주 내구레이스와 포뮬러 E 등 유명 대회의 공식 타이어 업체다. 기술력을 이미 입증받았다는 의미인데, 사업 확대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