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1위와 3위 기업의 수장이 한 차량을 타고 등장했다. 27일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에서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회장이 운전하는 차량에 정의선 현대차(005380) 회장이 동승한 것이다. 업계는 이날 행사를 통해 단순 만남을 너머 사업 부문 협력으로 나아갈 것으로 기대했다.

정 회장은 이날 오후 2시쯤 경기 용인 에버렌드 스피트뒈이에서 열린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에서 개회사를 통해 “한국과 일본이 마찬가지로 자동차를 사랑하는 분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모터스포츠 분야에서 도요타와 함께 더 많은 분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아키오 회장은 “도요타가 현대차와 손잡고 더 좋은 차, 모빌리티 미래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했다.

27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도요다 아키오 일본 도요타자동차그룹 회장이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차·도요타 이어 삼성·한타까지… 글로벌 협력 기대

현대차와 도요타가 함께 공식적인 행사를 마련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 회장과 아키오 회장은 올해 1월 일본에서 만났다. 이때 아키오 회장이 먼저 이번 행사를 제안했다고 한다. 장지하 현대차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모터스포츠팀 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새로운 기회를 위해 양사가 협의하면 (이번 행사의) 정례화도 가능하다”며 “당장은 아니지만, 다른 모터스포츠를 통해 기회를 모색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행사가 주목받았던 건 두 회장의 모터스포츠를 통한 만남이 기술·사업 협력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현대차 계열사인 로봇 제조 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와 도요타 산하 도요타 리서치연구소는 AI(인공지능) 로봇 개발에 협력하고 있다. 양사가 수소차를 미래 자동차의 핵심으로 보고 적극 투자하고 있는 만큼, 수소 분야 협력에 관심이 쏠린 것이다.

27일 경기 용인 에버렌드 스피드웨이에서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회장이 운전하는 차량에 정의선 회장이 탑승해 현대 N x 도요타 가주레이싱 페스티벌의 시작을 알렸다. 영상은 정 회장이 탑승한 차량을 아키오 회장이 운전하는 모습. /김지환 기자

이날 행사에 참석한 재계 인사들도 눈길을 끌었다. 현대차의 초청으로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과 조현범 한국앤컴퍼니(000240) 그룹 회장은 행사 시작 전 정 회장과 만났다. 아키오 회장은 오전 11시쯤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 도착해 이 회장, 조 회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차량용 전장(전기계통의 부품) 사업에 대한 투자 확대에 나선 이 회장이 글로벌 완성차 업체 1, 3위 회장을 만나면서 협력 확대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 회장은 앞서 2022년 12월에는 방한한 올리버 집세 BMW그룹 회장과 만나 양사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27일 경기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 x 도요타 가주레이싱 페스티벌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3000명 모인 현대 N x 도요타 가주레이싱 페스티벌

이날 행사에서 현대 N의 드라이버와 도요타 GR의 월드랠리챔피언십 참가 드라이버들이 관람객을 태운 채 행사장에서 8자를 그리며 드리프트를 하는 등 퍼포먼스 주행을 펼쳤다. 현대 N의 i20 N Rally 2 등의 경주차, 아이오닉 5 N 드리프트 스펙 등이 등장했다. 토요타 가주 레이싱은 GR 야리스 랠리 1 하이브리드, GR 야리스 랠리 2 등의 경주차를 선보였다.

행사장 입구에 마련된 부스존에서 현대차그룹은 배터리 모터와 수소연료전지를 결합한 수소 하이브리드 롤링랩 RN24와 양산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개조 부문 신기록을 달성한 아이오닉5 N TA 스펙 등을 선보였다. 도요타는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콘셉트카와 고성능 라인업인 루키 GR 코롤라 H2 콘셉트와 GR 수프라, GR86 등을 전시했다.

현대 N의 롤링랩 RN24 차량이 전시된 부스(왼쪽)와 N비전74가 전시된 부스. /김지환 기자

이날 행사엔 3000여명의 관람객이 참석했다. 특히 현대 N 부스에 마련된 롤링랩 RN24에 많은 인파가 몰렸다. 포니 쿠페 디자인에 첨단 수소연료전지를 결합한 모델인 N 비전 74 차량이 전시된 공간도 인기를 끌었다. 포니는 현대차가 1975년 독자적으로 개발한 차량이다.

이외에도 현대 N과 토요타 GR 차량을 보유한 고객들이 직접 자신의 차량으로 트랙을 주행하는 ‘트랙 데이’, WRC 경주차에 고객이 동승해 경주차의 성능을 체험하는 ‘택시 드라이빙’ 등 프로그램이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