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활용해 로봇 팔이 작업자 대신 호스, 와이어류처럼 형태가 일정하지 않은 차량의 비정형 부품도 자동으로 인식하고 조립하는 기술입니다. 내년 6월 기아 오토랜드 화성에 도입될 예정입니다.”
21일 경기 의왕시 현대차(005380)그룹 의왕연구소에서 열린 ‘이포레스트 테크데이’ 전시장에서 작업자가 시행 버튼을 누르자 커다란 로봇 팔이 스스로 엔진 호스 조립을 시작했다. 로봇 팔 끝에 달린 쓰리 핑거 그립(손가락 세 개)은 부품 상자에서 호스를 꺼낸 뒤, 조립 방향을 확인했다. 엔진에 삽입한 다음에는 내부에서 유체가 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클립까지 끼웠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엔진에 호스를 끼우는 작업이 단순해 보여도 의외로 힘이 많이 들어간다”며 “보통 엔진 하나에 호스가 대략 10개 정도가 필요한데 하루에 차량을 약 500대 생산하는 공장이라고 가정하면 호스 조립 작업을 5000번 해야 하는 셈이다. 교대 근무를 감안해도 반복 작업 시 피로도가 높은 만큼 자동화 수요가 컸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서 현대차그룹은 엔진 호스 등 비정형 부품 조립 자동화 기술을 비롯해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SDF·Software Defined Factory)을 구현하기 위한 신기술을 대거 선보였다. SDF는 소프트웨어 기반 차량(SDV)과 더불어 현대차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조직으로 전환하기 위해 핵심 축으로 제시하는 부분이다.
현대차그룹은 SDF가 향후 고객의 요구사항이 반영된 제품을 빠르게 제공하는 생산공장으로 SDV를 생산하는 기지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생산 준비 기간을 단축하는 것은 물론 생산 속도를 높이고, 신차 투입 시 비용 절감, 품질 향상 등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비정형 부품 조립 자동화 기술 외에도 ▲물류로봇(AMR) 주행 제어 내재화 기술 ▲무한 다축 홀딩 픽스처(고정장치) 기술 ▲SPOT(스팟) 인더스트리 와이드 설루션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날개, 동체 자동 정렬 시스템 등이 SDF를 위한 핵심 기술로 꼽혔다.
UAM 동체, 날개 자동 정렬 시스템의 경우 차량 대비 10~100배 이상의 조립 정밀도를 요구하는 UAM 특성을 고려해 고중량의 UAM 동체와 날개를 1㎛(마이크로미터) 단위로 자동 정렬해가며 정밀 체결하는 기술이다. 통상 3~5일 소요되는 과정을 몇 시간 작업으로 단축할 수 있다.
현대차는 SDF를 통해 구현할 자체 스마트팩토리 생태계(브랜드)를 이포레스트라고 제시했다. 모든 것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제조 시스템 혁신을 추구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AI, 로봇을 활용한 자동화 및 스마트 기술을 도입해 제조 시스템을 혁신하고 모빌리티 산업 전체를 고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올해로 5회차를 맞은 이포레스트 테크데이는 현대차그룹 제조솔루션본부 및 협력사 주도로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열린다. 신기술 200여 건이 전시될 예정으로, 참가자 간에 정보 공유 및 소통을 위한 신기술 발표대회, 소프트웨어 유저 컨퍼런스, 빅테크 전문기업 세미나 등도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