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년 역사를 자랑하는 파리모터쇼(Mondial de L’automobile)가 14일(현지 시각) 개막했다. 프랑스, 독일 등 전통의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은 케즘(일시적 수요 둔화) 극복을 위해 전기차 신차를 대거 공개했다. 여기에 미국·중국 갈등으로 북미 시장의 마케팅에 소극적이던 중국 제조사들은 눈길을 파리로 돌려, 인지도 확대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한국 대표로는 기아(000270)가 전기 SUV ‘EV3′를 앞세워 6년 만에 파리모터쇼 무대를 찾았다.

2024 파리모터쇼는 프랑스 파리 엑스포 포르트 드 베르사유에서 이날 개막해 오는 20일까지 열린다. 2년마다 열리는 이번 행사는 2022년보다 20% 증가한 약 250개 업체가 전시에 참여했다.

르노가 공개한 신형 전기차 '르노4'의 모습 /박성우 기자

◇ 르노·푸조 대규모 부스 꾸려

프랑스 업체 르노와 푸조는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살려 대규모 전시관을 꾸렸다. 우선 르노는 소형 전기차 ‘르노 4 E-Tech 일렉트릭(Renault 4 E-Tech 일렉트릭)’을 세계 최초로 공개한다. 르노 4 E-Tech 일렉트릭의 디자인은 1960년대 오리지널 르노 4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모터·배터리에 수소탱크를 단 친환경 콘셉트 엠블렘 크로스오버도 전시한다. 이 차량은 1회 충전으로 350km를 주행하며 5분 만에 충전할 수 있다.

르노의 고성능 브랜드 알핀은 전기 SUV 콘셉트카 A390 베타를 선보인다. A390 베타는 올해 생산에 들어간 르노 전기 SUV 세닉과 플랫폼을 공유한다. 출시 시점은 내년이다. 르노 5를 기반으로 한 A290과 수소로 구동하는 스포츠 레이싱 콘셉트 알펜글로우도 전시한다.

알핀의 A390 베타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제공

푸조는 전기 SUV E-3008과 E-5008의 롱레인지 버전을 선보인다. E-3008과 E-5008 롱레인지 버전은 96.9kWh 고효율 배터리를 탑재, 유럽 기준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 700km, 668km다. 이 밖에도 ▲E-408 ▲E-308 ▲E-208 ▲E-2008도 선보인다. 특히 E-408은 2024 파리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하는 신차다.

독일 완성차 업체들도 벤츠를 제외한 BMW, 폭스바겐, 아우디 등이 전시관을 꾸렸다. BMW는 두 대의 전기 콘셉트카를 선보인다. 자회사 미니의 경우 첫 전기 전용 모델 에이스맨을 전시한다. 소형 전기 SUV인 에이스맨은 쿠퍼 EV와 플랫폼을 공유한다. 국내에서는 내년에 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미니의 고성능 브랜드 존쿠퍼웍스(JCW)는 사상 첫 전기차를 공개했다.

미니 존쿠퍼웍스(JCW)의 첫 전기차의 모습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제공

폭스바겐은 티구안 올스페이스를 대체하는 새 SUV 타이론을 공개했다. 타이론은 5·7인승으로 기아 쏘렌토, 현대차 싼타페 등과 경쟁한다. 아우디는 전기 세단 A6 e-트론을 전면에 내세운다. A6 e-트론은 아우디의 새 전기차 플랫폼을 토대로 만들어진 차다. 1회 충전 최대 756km를 달릴 수 있다.

◇ 中, EU 관세 부과에도 승부수… 기아·현대모비스 참여

중국 업체들은 유럽연합(EU)의 징벌적 관세 부과에도 모터쇼에 전시관을 꾸렸다. EU는 지난 4일(현지 시각) 회원국 표결을 통해 중국산 전기차를 상대로 향후 5년간 최대 35.3%포인트(P)에 달하는 ‘확정’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중국 1위 전기차 업체 BYD를 비롯해 GAC, 샤오펑, 리프모터 등이 참여했다.

중국 BYD의 씰 차량 /박성우 기자

BYD는 테슬라 모델 Y와 경쟁하는 전기 SUV 실리온 7을 공개했다. BYD 최신 전기차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된 실리온 7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으로 600km 주행할 수 있으며, 500kW에 이르는 초급속 충전을 지원한다. 모터 출력은 최고 523마력이고,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4.2초에 불과하다. BYD는 대형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SUV인 U8과 함께 고급 브랜드 양왕도 공개했다.

샤오펑은 새로운 P7+ 세단을 공개했다. 이 차량은 자율주행 시스템과 함께 에너지·열 관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리프모터는 전기 SUV B10과 도심형 전기차 T03을 전시했다.

기아 전기차 EV3의 모습 /박성우 기자

아울러 우리나라에서는 기아와 현대모비스(012330)가 참가한다. 기아는 전기 SUV EV3를 전시한다. 고성능 모터와 고효율 배터리를 탑재했고, 전·후륜 3세대 주파수 감응형 쇽업소버를 적용해 높은 승차감을 제공한다. 유럽 시장에는 올 연말 출시될 예정이다. 2025년 유럽 올해의 차 1차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모비스는 이번 모터쇼에서 프라이빗 부스를 마련하고 사전 초청한 완성차 등 고객사를 대상으로 신제품을 시연하는 등 영업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또 유럽 완성차 고객사 최고경영진을 포함, 여러 분야의 주요 인사들과 비즈니스를 논의할 예정이다. 현대모비스가 이번에 선보이는 전략 기술은 전동화와 자율주행,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IVI), 램프 등 10가지 분야에 걸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