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가 남미 권역의 핵심인 브라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투자를 늘리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제네럴모터스(GM)가 판매량 1~3위를 기록 중이고, 현대차와 도요타가 4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현대차는 현지 맞춤형 동력계(파워트레인)를 개발하고 신차를 선보여 ‘톱3′를 노리겠다는 계획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에탄올과 휘발유를 혼합한 연료를 사용하는 혼합연료차량(FFV·Flexible-Fuel Vehicle)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한 친환경 차량을 개발하고 있다. FFV는 브라질과 그 주변 국가에서 주로 판매되는 차량으로, 주 연료는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바이오에탄올이다.

현대차가 브라질에서 판매 중인 소형 해치백 HB20. /현대차 제공

전 세계 1위 사탕수수 생산국인 브라질의 자동차 대다수는 FFV다. 올해 1~8월 브라질에서 판매된 차량 152만9292대 중 FFV는 120만9976대(79.1%)에 달한다. 브라질자동차산업협회(ANFAVEA)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1~8월 브라질에서 12만2676대를 팔아 도요타(13만454대)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시장 점유율은 8.03%였다. 승용차만 놓고 보면 12만1525대로 도요타(9만9375대)를 누르고 4위를 기록했다.

현대차 중에서 브라질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는 현지 맞춤용으로 개발한 소형 해치백 HB20이다. 2012년 출시된 이 차는 브라질 공장(HMB)에서 전량 생산해 아르헨티나와 파라과이, 우루과이에 멕시코로 수출한다. 올해 들어 8월까지 누적 생산량은 7만8190대로, 작년 같은 기간(7만2014대)보다 약 8.5% 늘었다. 현대차는 새로운 FFV를 개발해 신형 HB20에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 현지서 판매되는 스토닉 MHEV의 외관. /기아 제공

현대차는 FFV 개발과 함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팰리세이드도 브라질에 투입했다. 전기차 EV5와 소형 SUV 스토닉 마일드하이브리드(MHEV)를 브라질에 판매하는 기아(000270)도 판매량 확대를 위해 준중형 SUV 스포티지와 니로 하이브리드를 출시했다. 중형 SUV 쏘렌토 하이브리드도 출시할 예정이다. 아직 기아의 판매량은 연 5000대 수준이다.

인구가 2억명이 넘는 브라질은 완성차 업체에 중남미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 북미, 유럽, 인도를 이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꼽힌다.

올해 초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을 만난 뒤 2032년까지 11억달러(약 1조5000억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