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뉴 X3는 외형과 실내 공간 모두 기존보다 커지고, 전반적인 디자인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해졌다. 지난 2017년 3세대 출시 이후 7년 만에 나온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답게 각종 첨단 및 디지털, 편의 사양이 탑재되면서 주행 안정성은 물론 차량 활용도도 높아졌다.

지난달 21일(현지 시각)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 근교에서 뉴 X3 20 xDrive 및 M50 xDrive를 약 177㎞를 시승했다. 뮌헨 도심부터 아우토반, 시골 마을과 들판을 가로지르는 꼬불꼬불한 도로가 섞여 있는 구간이었다. 직접 운전하고, 동승석 또는 뒷좌석에도 앉아 보면서 승차감을 비교했다.

뉴 X3 20 xDrive. /권유정 기자

3세대 모델과 비교해 뉴 X3의 전장(차 길이)은 34㎜ 길어진 4755㎜, 전폭은 29㎜ 늘어난 1920㎜다. 전고(차 높이)는 1660㎜로 25㎜ 낮추고, 윤거(땅에 맞닿은 좌우 타이어 간의 거리)는 넓혀 민첩하고 강인한 인상을 준다.

X3 3세대 모델(왼쪽)과 뉴 X3 전면부. /권유정 기자

차량 전면과 측면부 표면에 라인(주름)을 최소화한 디자인도 차체를 커 보이게 한다. 기존 모델은 여러 개의 라인이 날렵한 인상을 줬다면, 뉴 X3는 표면을 넓게 펼치고 라인을 일부만 남겨 간결한 모습을 연출했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수직선과 대각선이 조화를 이룬 새로운 구조를 적용했다.

X3 3세대(왼쪽)와 뉴 X3 변속기 레버. /권유정 기자

차체가 커지면서 실내 공간도 더 여유로워졌다. 운전석은 스티어링 휠(운전대), 변속기 레버, 커브드 디스플레이 등 구성과 디자인이 간결해져 확 트인 느낌이다. 천장의 선루프를 열고 있으면, 운전석 전면 유리가 연결된 듯해 개방감을 준다. 트렁크는 기본 570L(리터)에서 최대 1700L까지 확장할 수 있어 여행용 가방부터 골프, 낚시, 스키 등 각종 레저 용품을 담기 충분하다.

뉴 X3 20 xDrive ./권유정 기자

주행 모드(스포츠, 효율, 디지털아트, 릴렉스 등)를 선택할 때마다 주행감과 차량 내 조명, 분위기가 달라졌다. 직선으로 달리는 구간에서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면, 우렁찬 배기음과 함께 흔들림 없이 속도가 올라갔고 조향은 묵직해졌다. 속도 제한이 없는 고속도로 구간에서 차량의 성능을 느껴보기 위해 시속을 높였을 때도 동승석은 물론 뒷좌석에서도 몸이 쏠린다는 느낌은 크게 없었다.

뉴 X3 20 xDrive는 2.0L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과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기술이 맞물려 최고출력 208마력,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시간)은 7.8초를 기록한다. M50 xDrive는 M 퍼포먼스 모델 중 가장 강력한 M 트윈파워 터보 3.0L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기술이 조합돼 최고출력이 398마력이다. 제로백은 4.6초에 불과하다.

뉴 X3 20 xDrive. /권유정 기자

다만 코너에서는 원심력에 의해 바깥쪽으로 무게중심이 강하게 쏠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뒷좌석에서는 일정 속도 이상으로 코너를 돌 때마다 몸이 좌우로 흔들려 손잡이를 붙들고 있어야 했다. 운전자가 급하게 가·감속을 반복하면 멀미를 유발할 듯했다.

차량에 탑재된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은 더 안정화됐다. 3세대 X3는 도로가 굽거나, 차선이 흐릿하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급하게 조향할 때가 있었다. 파킹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을 적용하면 스마트폰을 사용해 차량 외부에서 주차 및 일정한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다.

뉴 X3 20 xDrive 내에서 에어콘솔 게임을 실행한 모습. /권유정 기자

주행하지 않을 때 차량을 스마트폰처럼 조작할 수 있는 디지털 기능도 많아졌다. 음악, 비디오 스트리밍뿐 아니라 에어콘솔 게임 플랫폼을 활용하면 스마트폰과 연결해 차 안에서 싱글 또는 듀얼 모드로 게임이 가능하다. 좌우로 넓어진 디스플레이 덕분에 몰입감은 뛰어나지만, 네트워크 환경, 조작 방식 등을 고려할 때 얼마나 자주 이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들었다.

X3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BMW 단일 모델 중 가장 많은 약 35만대가 팔린 간판 SUV다. 북미, 유럽 시장에서 특히 인기가 많고 한국은 6번째로 큰 시장이다. 뉴 X3 국내 출시는 올해 말로 예정돼 있고, 가격은 미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