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 브랜드 최초의 전기차) 어벤저는 적재 공간을 많이 가져가도록 디자인했습니다. 2열까지 좌석을 모두 접을 경우 러버덕(고무오리) 2443개가 들어갈 수 있는 용량이 됩니다.”

다니엘레 칼로나치 지프 디자인 헤드(총괄)는 지난달 초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열린 ‘지프 어벤저 디자인 & 테크데이’에서 차량 트렁크에 노란색 러버덕이 가득 채워진 화면을 띄우면서 이같이 말했다.

'지프 어벤저 디자인&테크데이'에서 다니엘레 칼로나치 지프 디자인 헤드가 어벤저의 트렁크 용량을 설명하면서 띄운 프레젠테이션 화면./권유정 기자

이번 행사는 국내에 출시된 어벤저의 세부적인 디자인과 기술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미국, 유럽 본사와 실시간으로 화상 소통하며 진행한 행사에서 칼로나치 총괄이 트렁크 크기를 환산하기 위해 사용한 러버덕으로 특히 이목이 쏠렸다.

이날 지프가 트렁크 크기를 러버덕으로 소개한건 지프 애호가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이른바 ‘지프 덕킹’(Jeep ducking) 문화 때문이다. 지프를 대표하는 랭글러 모델에 러버덕을 장식품처럼 올려놓는 것을 말한다.

앤디 보먼 지프 커뮤니케이션 총괄은 “(지프 덕킹이) 북미를 중심으로 지프 커뮤니티만의 독특한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러버덕이 지프의 상징처럼 됐다”며 “지프 오너들끼리는 러버덕으로 서로 안부를 묻고, 즐거움을 나눈다”고 말했다.

지프 덕킹 일러스트. /미국 지프 대리점 '켈리지프크라이슬러' 홈페이지 캡처

지프 덕킹 문화가 처음 시작된 건 코로나19가 본격화한 2020년이다. 캐나다 온타리오에 거주하던 지프 오너인 앨리슨 팔리아멘트가 일면식이 없는 다른 지프 오너들에게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는 쪽지와 함께 차량 위에 러버덕을 두고 간 것이 계기였다.

처음 러버덕을 발견한 지프 오너들은 의도를 알지 못해 당황했지만, 이 중 일부가 온라인에 사연을 공유하면서 화제가 됐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타인과 교류가 제한된 시기였던 만큼, 쪽지와 함께 남겨진 러버덕이 지프 커뮤니티 안팎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왔다는 게 지프 측 설명이다.

이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는 #duckduckjeep’(덕덕지프)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차량 보닛, 대시보드, 손잡이 등에 러버덕이 올라간 랭글러 사진이 꾸준히 공유되고 있다. 페이스북 관련 그룹에는 캐나다, 미국, 스페인, 호주 등에서 약 15만명이 가입해 있다.

지프는 지난 2022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대형 러버덕(높이 18.5m, 가로 21m, 세로 24m)을 전시해 지프 덕킹 문화를 알리기도 했다. 과거부터 지프는 오너들 간의 유대 및 소속감이 강한 브랜드로 알려졌다. 길 위에서 지프 오너들끼리 수신호로 주고받는 인사법 ‘지프 웨이브’를 기반으로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