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010130)영풍(000670)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경영권 인수 시도에 맞서 정부에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신청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전날 산업통상자원부에 자사가 보유한 이차전지소재 관련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 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은 경제 안보상 이유로 정부 승인이 있어야 외국 기업에 인수될 수 있다.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과 임직원들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에서 열린 MBK파트너스·영풍과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기자회견 중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공동취재

중장기적으로 재매각을 통한 이익 실현을 추구하는 MBK파트너스의 사업 구상에 타격을 주는 한편,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첨단 산업을 뒷받침하는 핵심 국가기간 기업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고려아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 정부가 외국 기업에 의한 인수합병을 승인할 권한을 갖는 만큼 분쟁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국가핵심기술 지정 여부가 해외 투자자 자금이 포함된 MBK파트너스 인수에 곧바로 영향을 줄 것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고려아연은 MBK파트너스가 중국계 자본이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MBK파트너스는 한국 토종 사모펀드라고 맞서고 있다. 고려아연 인수에 활용되는 MBK의 바이아웃6호 펀드에는 중국계 자본 비중이 5% 안팎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MBK파트너스가 향후 국내가 아닌 중국 등 해외로 재매각을 추진할 경우 (국가핵심기술 지정에 따른)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MBK파트너스는 중국 매각 계획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상태다.

고려아연은 회사가 보유한 기술력은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이제중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전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투자사들이 돈만 놓고 보면 고려아연에서 팔아먹을 기술이 엄청 많다”며 “공정마다 기술이 수백 개 이상인데, 수천억 원 가치가 있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